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 조림역사 산 증인 3人이 말하는 '산림 100년 대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 조림역사 산 증인 3人이 말하는 '산림 100년 대계'

입력
2007.04.04 23:35
0 0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산림 녹화 모범국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전 직후에는 벌건 민둥산뿐이었지만 이제는“더 심을 데가 없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우리 강산은 푸르게 푸르게 변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목재 수입 비율이 96%에 달하는 등 겉 모습에 비해 실속은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숨 가쁜 경제개발 속도 만큼이나 나무심기도 ‘압축 성장’해 나무의 경제적 가치 등을 따질 겨를이 없었던 탓이 크다.

산과 숲을 푸르게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일 심종섭(91) 한국포플러위원회 회장(전 학술원 회장), 김기운(86) 백제약품 회장, 김현표(77) 전 산림청 차장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도의 이탈리아포플러나무 조림지에서 만났다. 이들은 산림 녹화 사업이 본격화한 1960년대부터 평생을 나무심기에 몸바친 우리 조림 역사의 산 증인들이다.

심 회장은 “온 나라가 황폐했던 50년대 말부터 정부와 국민 모두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산과 숲을 푸르게 가꿔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대단했다고 회고했다. 경제 개발의 돛을 올린 60년대에는 집과 공장을 짓고 도로를 만드는 데 나무가 꼭 필요했다. 해마다 겪는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도 나무 심기는 최우선 과제였다.

당시는 빨리 자라는 나무가 최고였다. 심 회장은 “어떤 나무를 심어야 할 지 결정하는 게 중요한 문제였는데 86년 작고한 현신규 박사가 짧은 시간에 쑥쑥 자라는 이탈리아포플러를 소개했다”고 말했다. 현 박사는 포플러와 비슷한‘현사시나무’에 이름(현)을 남긴 우리나라 산림녹화 사업의 선구자다.

김 전 차장은 “나무가 결정되자 현 박사와 심 회장, 농업기술자협의회 총재를 지낸 류달영 박사(2004년 작고) 등 15분이 발기인으로 나서 한국포플러협회를 만들었다”며 “농림부와 함께 60년 4월 12일부터 전국에 묘목을 나눠주고 교육하러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심 회장과 김 전 차장은 “당시‘포플러 심기 운동’열기는 정말 대단했다”며 어제 일 인양 거의 반세기 전의 일을 또렷이 기억했다.

푸르다고 끝난 게 아닌데

한국일보도 힘을 보탰다. 김 회장은 “한국일보의 공도 컸다. 우리와 손 잡고 나무 심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기사를 대대적으로 썼다. 정말 고맙고 고마웠지. 고(故) 장기영 사주는 사재까지 털어 묘목을 사 지방에 내려 보내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힘들었지만 보람찼던 과거의 기억을 더듬다 어느새 현실로 돌아왔다.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되고 나무 심기에 대한 국민 관심이 시들해지고 있어 자나깨나 걱정이라고 했다. 이들은 “그저 산이 푸르다고 조림 사업이 다 끝난 것이 아닌데….”라고 입을 모았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쓰는 목재는 거의 대부분이 외국산”이라며 “나무 가격이 계속 올라 머지 않아 수입 목재가 금값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 우리 산과 숲에는 오동나무, 오리나무 등 별로 돈이 안 되는 속성수(速成樹)가 많다”며 “국토의 3분의 2가 산인데 이제는 나무에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회장은 “산림 녹화가 끝나게 아니다”며 “미래를 내다보고 경제적 이익이 있는 나무를 골라 새로 심어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백합나무로 다시 시작해야

이들은 경제성도 따지는 ‘제2의 산림 녹화 사업’에 알맞은 나무를 오래 전부터 실험하고 있다. 지난해말 산림청이 권장수종으로 지정한 백합나무다. 김 회장은 특히 40여년 전부터 전남 강진의 초당지라는 숲을 만들어 계속 가꿔오면서 우리 풍토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각종 병충해에 강하고 나무질도 좋아 목재로도 적합하다고 한다. 심 회장은 “요즘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 나도 나무를 바꿔 심겠다고 난리인데 무슨 나무가 좋은 지 알 고나 그러는 지 궁금하다”며 “백합나무는 40년 정도 심으면 돈도 되고 바람이 센 곳만 피하면 전국 어디서나 잘 자란다”고 주장했다. 그는 얼마 전 재선충으로 많은 잣나무를 베어낸 경기 남양주시 국유시험림이나 포천시 국립수목원 등에 백합나무를 심어보자고 산림청에 제안할 계획이다. 백발이 성성한 식목 원로들은 여전히 산림 100년 대계를 설계하고 꿈꾸고 있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