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로 인한 정부의 농업 지원책은 어떤 방향이어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1992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돼 온 각종 농업 구조 개선책의 실패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92년 이후 지금까지 약 130조원이 투입된 농촌 구조개선 사업은 초기에 ‘기업농’, ‘규모화’를 내걸고 농민들을 시설투자에 나서도록 부추긴 측면이 있다.
정부가 지급하는 농업보조금과 융자로 시설을 키웠지만 시장에서의 실패로 빚만 떠안는 일이 되풀이되면서 오히려 부채만 늘어난 경우가 많았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정책실장은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이보다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먼저 생각해 파고드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선심성 지원으로 그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는 이번에도 폐업 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직접 피해 보전을 할 계획인데, 서 실장은 “엄격한 기준, 냉정한 보전 수준, 사후 감독 강화 등을 통해 갈라먹기식 피해 보전이 아닌 효율적 집행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원을 집행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사회의 인정을 외면하지 못해 지원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면도 차단해야 한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계주의 농정의 탈피, 정부 주도의 정책 지양 등도 거론된다.
민승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장과 유리된 ‘사무실 기획’은 실패하고 만다는 것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도 명확하다”며 “친환경 농지를 만들자고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불과 몇 년 뒤 그 많은 친환경 농산물들을 어떻게 팔지 고민하지 않고 있는 게 바로 그런 경우”라고 말했다.
서 실장은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긴 하지만 모든 것을 정부 주도로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농촌생활 관련 사업들의 경우처럼 농촌 지원 정책이 사업별로 소관 부처가 달라 비효율적으로 진행되는 것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면 단위 생활용수 개발은 환경부, 마을 단위 생활용수 개발은 농림부, 면 단위 하수도 정비는 환경부, 마을 하수도 정비는 행정자치부, 소하천 정비는 소방재청에서 각각 담당하는 식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 개방화 조치 등에 따라 농촌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사업 시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앞으로 한EU FTA 협상, 한중 FTA 협상 등으로 농업 분야에 미칠 파고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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