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계기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피아 관계가 일단 뒤바뀌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과 대척점에 섰던 세력이 우군이 되고, 기존의 지지층은 오히려 등을 돌리고 있다. ‘한미 FTA 정국’이 만들어낸 흥미로운 현상이다.
적대적 관계였던 한나라당부터 달라졌다. FTA 찬성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노 대통령을 추켜세우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FTA 체결을 긍정 평가했고, 박근혜 전 대표는 “노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고까지 말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3일 “노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보니 정말 대통령답더라”고 말했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한미 FTA 비준까지의 완성은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을 도와주면서 해야 한다”고 했다. 참으로 이례적인 찬사다.
노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민주당 조순형 의원까지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참여정부에 비판적 시각을 보였던 보수 성향 언론 매체들도 한미 FTA 협상 타결과 관련 노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 신문은 ‘노 대통령의 FTA 리더십 높이 평가한다’는 사설을 싣기도 했다.
반면 노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집토끼’였던 범여권 내 ‘반(反) FTA’진영에서는 대통령을 향한 시선이 싸늘하다. 2002년 대선 당시 현역 의원으로는 가장 먼저 노 대통령 지지 입장을 밝혔던 천정배 의원은 이날 “노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 자신에게 표를 줬던 국민들의 뜻과 반대로 행동했다”고 비난했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굴욕적 협상”이라는 등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진보적 시민사회ㆍ노동자 단체도 불복종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참여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진보 성향 언론 매체 역시 FTA에 대해선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노 대통령에게는 기회이자 위기이다. 앞으로 한미 FTA가 긍정적 여론을 형성하며 성과가 보인다면 노 대통령은 지지율 상승으로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무리할 수 있다.
반면 그 반대의 경우엔 노 대통령은 기존 지지층까지 잃어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한편으론 FTA 정국에 따른 지지층 반전은 일시적인 것으로 개헌안 발의 뒤에는 또다시 피아 관계가 역전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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