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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도 살인사건' 박해일/ 살인자 같기도… 아닌것 같기도…이 남자를 보면 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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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도 살인사건' 박해일/ 살인자 같기도… 아닌것 같기도…이 남자를 보면 긴장된다

입력
2007.04.03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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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묘하다. 절대 처음부터 확 달려들어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하지 않는다. 머뭇머뭇 겁 많은 소년처럼 조심스럽다. 그런 그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영화 속의 인물과 하나가 돼 있다. 이미 그때는 누구도 그로부터 도망치기 어렵다. ‘중독’이다.

박해일(30) 자신은 그것을 ‘부족’이라고 했다. “내 안에 있는 많지 않은 것 중에서 맞는 것 하나를 고르는 과정”이라고도 했다. ‘나다운 게 무엇일까’ 를 찾아 그 무엇과 영화를 절묘하게 접합하는 배우. 박해일 매력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래서 봉준호 감독도 주저없이 말한다. “박해일은 순정파나 착한 애보다, 멜로보다, 미스터리스릴러가 더 어울린다. 사람들을 묘하게 긴장시키니까.” <살인의 추억> 에서 알듯 모를 듯한 존재, “나 아니라니까”라고 절규해도 영화 속의 형사도, 관객도 믿지 못하게 만들어버린 박해일이었다.

그런 그에게 4년 만에 찾아온 스릴러<극락도 살인사건> (12일 개봉)은 유혹이었다. 어느 외딴섬에 살고 있던 17명이 살인의 흔적만 남긴 채 사라진다는 이야기. 등장인물이 많아 자신의 존재가 크지 않은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한때 제약회사를 다니기도 했던 김한민 감독이 20여년 전에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가 가진 호기심과 분위기에 더 끌렸다. 무속과 과학, 광기와 욕망이 뒤섞인 고립된 공간(섬)에서의 연쇄살인, 어느 한 사람 빼놓지 않고 사건을 얽어가는 구성, 그리고 끝까지 알 수 없는 진실과 그 진실이 가진 아픔. 박해일은 “장르도 구성도 낯설지만 흥미로웠다”고 했다.

처음 그는 자신이 맡은 보건소장 제우성만큼이나 낯설다. 섬의 토속적 분위기와 섬사람들과 거리를 둔 존재. 그러나 살인이 시작되자 박해일은 그 거리를 조금씩 좁혀간다. 추리극의 생명인 객관적 시선을 잃지 않을 만큼만. 때론 연극 같은 느낌, 관객들의 시선,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사건으로 촘촘히 엮어 놓은 울타리를 지키면서 그 거리와 마을 사람들과의 톤 잡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접근하고 나서는 마음껏 그 기분을 발산했던 <연애의 목적> 과는 달랐다. “감독 요구에 충실했어요. 그리고 연극 선배들(김인문 최주봉 성지루 안내상 박원상)로부터 어울림도 배웠고, 소극장 공연 같은 열기도 느꼈고.”

다행히 상황적으로 맞아떨어졌다. 제우성이 찾으려 했던 것이 그렇듯이 ‘명확하지 않은 존재’가 이 영화에는 필요했다. 그래야 마지막 반전을, 80년대나 지금이나 억눌리고 방치되고 보이지 않게 된 욕망이 도를 넘을 때 야기되는 비극을 설득력 있게 드러낼 수 있었다. “지나놓고 보면 제 영화는 그게 연애 이야기든, 미스터리든 이렇게 현실에 발이 닿아 있다는 것을 알게 돼요.”

박해일은 연기를 할 때마다 “좀 더 가볍게”를 외친다. <연애의 목적> 에서는 “놀아 보자”고까지 마음 먹었다. 아직도 그에게 연기는 심각한 그 무엇이다. 이번 <극락도 살인사건> 은 더 무거웠다. “작품마다 무게 차이가 있어야 진동의 폭도 커지고, 여운도 오래 가는데.” 다음 작품은 정지우 감독의 <모던 보이> 다. 1940년대 친일파 아들로 한량 짓을 하는 모던 보이. 늘 자기 안에 있는 또 새로운 자기를 찾아내는 박해일이 결코 그를 단순한 인물로 살게 하지 않을 것이다.

이대현 leed 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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