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아 온 우체국보험과 농협공제 등 유사 보험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의 감독 기능이 강화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미국측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금융감독 당국과 보험 업계의 오랜 숙원을 정작 미국측이 풀어준 격이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3일 금융감독위원회와 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4대 공제(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와 우체국 보험 등 유사보험 수입 보험료는 지난해 연간 13조5,020억원에 달했다. 생명보험 시장에서 유사보험의 점유율은 20%에 육박한다. 특히 농협공제(6조6,184억원)와 우체국보험(5조4,622억원)은 생명보험 시장의 공룡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 유사보험의 급성장은 금융감독기구의 감독을 받지 않고 보험업법 적용을 받지 않는 등 다양한 제도적 혜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FTA 협상 과정에서 드러내놓고 언급할 수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측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 다행"이라고 털어놓았다.
물론, 유사보험의 감독권 자체가 금감위로 넘어온 것은 아니다. 4대 공제 등의 특수성을 인정해 감독권은 현행대로 해당 부처에 부여하되, 금감위가 건전성 감독 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한미 FTA 타결 내용의 골자다.
우체국보험의 경우 신상품 개발, 보험금 증액(4,000만원 이상) 등의 경우 금감위와 사전 협의하되 반드시 금감위의 의견을 따르도록 했고, 특히 주요 위원회에 금감위 추천 인사가 절반 이상 참여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농협공제 등 4대 공제는 협정 발효 후 3년 내에 금감위가 지급여력비율에 대해 감독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이 정도로 금융감독 당국이 유사보험에 대해 실질적인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민영 보험사와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영업 전반에 대한 감독이 이뤄져야 하는데 감독 권한이 건전성 감독 등에 한정돼 있어 형식적인 감독에 그칠 가능성이 짙다"고 말했다.
공제나 우체국보험의 특수성(농어민, 산간도서 주민 지원)을 강조하는 관련 부처와의 첨예한 이해 대립도 여전한 한계로 남아 있다.
하지만, 외부의 힘으로 첫 단추를 꿴 만큼 이제는 우리 손으로 유사보험에 대한 합리적인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한미 FTA가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 준 만큼 이제 중장기적인 유사보험 감독 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공제나 우체국보험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공정 경쟁을 저해하지 않도록 최선의 감독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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