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에서 만든 인조 대리석의 품질이 이 정도 밖에 안됩니까?"
정재균 LG화학 고객지원팀 과장은 지난달 한 건설사로부터 이런 항의를 받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시공 과정에서 대리석이 너무 쉽게 깨진다'는 얘기가 아무래도 이상해 직접 확인해본 결과, 바로 중국산 '짝퉁' 인조 대리석이었던 것이다.
'LG'라는 마크가 있었지만, 손으로 문지르자 글씨는 금새 지워지고 말았다. 정 과장은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중국산 짝퉁 건자재 규모에 비하면 이번에 적발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중국산 '짝퉁'이 점입가경이다. 의류나 휴대폰 에어컨 등 소비재 수준을 넘어 이젠 산업소재와 부품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짝퉁의 종류도 중국에서 만들어진 '원조 중국산 짝퉁'과 일부 국내 유통업자들이 중국산을 수입한 뒤 로고나 브랜드만 국산으로 바꾼 '가공 중국산 짝퉁'으로 분화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LG 하이막스(HI-MACS)' 로고가 새겨진 싸구려 중국산 인조 대리석이 유통되고 있어 경기 광주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3일 밝혔다.
LG화학 관계자는 "일부 유통상이 중국산 인조 대리석 수입해 LG 로고를 새긴 뒤 주방 가구업체와 건설사에 납품을 시도하다 적발됐다"며 "중국에서 아예 LG로고까지 새겨 만든 모조제품과, 중국산을 수입해 와 유통업자가 LG로고를 인쇄한 모조제품이 섞여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간 1,500억원 규모인 국내 인조 대리석 시장 중 이미 200억원 이상을 중국산이 장악했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철강재도 중국산 모조품이 넘쳐 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를 수입하는 한 국내업체가 현대제철 검사증명서를 위조, 지하철 공사 현장에 H형강을 납품한 사실을 적발하고 이 업체를 고소했다. 이후 현대제철은 철강제품 검사증명서 위ㆍ변조 방지 시스템을 더욱 강화했다.
철강제품 가운데에는 맨홀뚜껑까지 중국산 짝퉁이 판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145㎏ 원형의 국산맨홀은 10만원이 넘는 반면 중국산은 3분의1에 불과하다.
이미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의 중국산 짝퉁은 널리 알려진 얘기. LG전자는 지난해 중국 우루무치시 공안당국과 함께 가짜 LG상표를 부착한 에어컨과 컬러TV 생산 현장을 급습, 짝퉁 에어컨 400여 대와 컬러TV 430여대 등을 적발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중국 행정당국이 공식적으로 압류한 모조품만 2만점이 넘을 정도이다.
2002년에는 중국 체리차가 GM대우차의 마티즈를 모방한 'QQ'를 내놓아 소송으로까지 비화된데 이어, 작년엔 공식 행사인 베이징 모터쇼에까지 현대차의 싼타페와 기아차의 쏘렌토를 모방한 차량이 등장했다.
짝퉁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지난 2월에는 삼성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 상표를 불법으로 사용해 온 중국업체가 적발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짝퉁이 소비재에서 산업재로 확산되며 업체마다 제2차 짝퉁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자칫 오랜 공을 들여 쌓아올린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다양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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