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다룬 책이 쏟아지고 있다.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으로 대표되는 당대 지식인 커뮤니티의 풍경을 비롯해 천민, 기생 등 피지배 계급이면서도 일가(一家)를 이룬 인물의 이야기 등 그 소재가 다양하다.
<미쳐야 미친다> (2004)로 대중적인 명성을 얻은 정민 한양대 교수가 최근 선보인 <18세기 조선지식인의 발견>(휴머니스트)은 세계관의 변혁을 경험한 당대 지식인의 내면풍경 관찰기다. 도(道) 대신 진실의 추구로 선회한 지식인들의 가치관, 매화 담배 벼루 등 특정 분야에 대한 몰두벽 등 당시 지식인들의 취향을 깊이 있게 다뤘다. 안대회 명지대 교수의 <조선의 프로페셔널> (휴머니스트)은 18세기를 지배한 마니아적 성향에 초점을 맞췄다. 조선의> 미쳐야>
그는 정치가 학자 문인 등 기존의 교과서가 주목한 사람 대신 여행가 프로기사 책장수 춤꾼 천민시인 등 제도의 바깥에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한 인물들의 삶을 주목한다. “천하의 책은 모두 내 책”이라고 호기를 부린 책 장수 조신선, 자신이 그린 그림의 가치를 알아주지 못하는 고객 앞에서 자신의 눈을 찌른 광기의 화가 최북 등이 각광받는다.
대학 강사 최기숙의 <문 밖을 나서니 갈 곳이 없구나> (서해문집)는 18세기 마이너리티에 관한 리포트다. 도를 키우던 떠돌이 연주자, 망태기를 짊어지고 다니다가 저녁이 되면 그 안에서 잠을 청하던 거지, 말 못하는 벙어리지만 칼 만드는 솜씨가 천하제일인 장인 등 신분제 사회의 그늘에 묻혀있던 18세기 인물들을 재조명한다. 신분상승운동인 서얼통청운동에 나섰던 성대중, 자유로운 글쓰기를 지향하다 체제의 검열에 걸린 이옥 등은 전(傳)이라는 기록을 통해 신분이 낮은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나타냈다. 문>
인문교양서 뿐 아니라 대중소설도 기획되고 있다. 정조의 개혁을 보좌한 이덕무 유득공 박제가 등 18세기 서얼 출신 지식인그룹 ‘백탑파’를 주목하고 있는 김탁환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방경각 살인사건> (2003) <열녀문의 비밀> (2005ㆍ이상 황금가지)에 이어 7월께 이 시리즈의 3부작을 펴낼 예정이다. 열녀문의> 방경각>
출판계에서는 18세기가 집중조명되는 이유로 ‘독자들이 당시의 이야기가 요즘과 비슷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성리학적 세계관에서 탈피한 현실주의적 태도, 청으로부터 엄청난 정보가 쏟아지자 그 가운데 알짜배기를 추릴 수 있는 ‘지식편집자’가 중시되던 시대상황, 근엄한 줄 알았던 지식인들이 마니아 현상 등 현대의 문화코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 등 어느 시대보다 독자들이 공감할만한 요소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또한 실학의 텍스트 연구에 충실했던 1980년대의 학문적 성과를 계승하면서도 대중적 글쓰기에 탁월한 솜씨를 선보인 강명관, 안대회, 정민 등 학문 학자들의 출현도 ‘18세기 열풍’ 에 큰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다.
돌베개 이경아 인문팀장은 “18세기는 사상적으로 조선에서 가장 난만했던 시기”라며 “연암 사상을 계승한 박규수, 신재효의 판소리로 대표되는 민중문화, 서양선교사의 문화 등 18세기의 맥을 잇는 19세기 문제를 다룬 책들로 관심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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