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타결 이후 미국 내에서 환영, 불만, 관망 등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쇠고기 문제에 있어서는 미 정부, 의회, 업계가 한 목소리로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측 인사들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의 수입 개방을 미 의회에서의 한미 FTA 승인과 연계시키는 위협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의회에서는 쇠고기 문제 뿐만 아니라 자동차, 개성공단 문제 등과 관련된 합의 내용에 대해서도 크고 작은 불만들이 쏟아져 나와 한미 FTA 승인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다만 제조업계에서는 한미 FTA를 환영하는 기류가 주조를 이뤘다.
쇠고기 수입재개 압력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2일 서울을 떠나기 앞서 워싱턴에 있는 기자들과 가진 전화회견에서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을 전면 재개방하지 않으면 미 의회가 FTA 합의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개성공단 문제에서도“몇몇 잘못된 보도가 있는데 이번 FTA 합의에는 북한에서 만들어진 상품을 미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조항은 없다”면서 “다만 역외가공지대 문제를 논의하는 위원회를 만들자는 조항이 있는데, 한국은 개성을 역외가공지대의 하나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조한스 미 농무장관도 이날 블룸버그 통신과의 회견에서 “충분히 과학에 입각하지 않은 (한국의) 식품안전 우려에 대해서까지 융통성을 보여서는 안 된다”면서 “한국이 FTA의 미 의회 승인을 바란다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저지를 중단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회 강경파를 주도해온 민주당 맥스 보커스 미 상원 재무위원장(몬태나주)은 “이번 결과는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이 완전하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를 풀지 않으면 한국과의 FTA 승인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식육협회(AMI) 패트릭 보일 회장도 성명을 통해 “쇠고기 수입 무조건 개방 때까지 FTA 협정안을 의회에 회부하지 않겠다는 부시 행정부에 동의한다”고 말하는 등 농축산단체들도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의회의 심상치 않은 기류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상원 재무위의 데비 스테이브나우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한미 FTA 협상타결은 미국의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에게 등을 돌리는 나쁜 합의”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내 권한내의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찰스 랑겔 하원 세출위원장, 샌더 레빈 무역소위원장 등 FTA 승인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민주당의 지도급 인사들은 FTA 합의내용에 우려를 표명, 의회에서 이를 수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공화당에서도 상원 재무위의 척 그래슬리 의원은 “쌀이 제외돼 실망스럽다”면서 “농업제품들을 무역협상에서 제외하면 보호무역주의의 존속을 쉽게 하기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이날 “민주당이 다수인 의회에서 한미 FTA의 비준과정은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 제조업계의 환영 분위기
미국 국제기업협의회(USCIB), 전미제조업자협회(NAM), 미 상공회의소 등 제조업체 연합체들은 이날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줄 것”, “이번 FTA는 수십년래 체결된 FTA 중 가장 의미 있는 것”, “한국시장을 개방으로 이끌 좋은 합의”라며 한미 FTA 타결을 환영했다.
다만 자동차업계는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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