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차에 대한 관세는 즉시 철폐되고, 배기량 2,000㏄ 이상 중형차에 대한 특별소비세율도 기존 10%에서 3년 이내 5%로 내려간다. 이 경우 시중의 자동차 가격은 어떻게 될까.
정부가 미국 수입차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것과 동시에 특소세율을 인하한다고 가정할 경우, 미국 수입차 업계는 13% 안팎의 가격 인하 여력을 얻게 된다.
반면 현대ㆍ기아차, 르노삼성 등이 만든 국산차와 유럽ㆍ일본차에는 미국 차에 비해 7%포인트 가량 적은 6% 내외의 인하요인이 발생한다. 미국산 자동차의 가격 인하 여력이 국산이나 다른 수입차보다 큰 것은 특소세와 함께 관세(세율 8%)가 동시에 없어지는데 따른 이중 효과 때문이다.
차종별로 보면 미국 크라이슬러의 PT크루저(2,850만원 → 2,480만원)와 세브링(3,290만원 → 3,132만원)에 각각 370만원과 427만원 가량 인하 요인이 발생한다. 3월말 현재 ▦소비자 판매가격이 8,400만원인 아우디 ‘A6 3.0 콰트로’에는 485만원 ▦혼다 ‘어코드 3.0’(3월말 가격 3,940만원)에는 228만원 ▦벤츠 S500L(2억660만원)에는 1,192만원의 가격 인하 여력이 생긴다.
가격대가 2,000만원대 후반에서 4,000만원대 초반인 국산 중형 승용차에도 세금 인하에 따라 대당 150만~240만원 가량의 인하 요인이 나타난다. 또 ▦2,628만원인 쏘나타 F24 프리미어의 경우 151만원 ▦2,971만원인 그랜저 Q270 럭셔리 모델 171만원 ▦오피러스 GH330 모델은 237만원 가량을 내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은 세금 인하에 따른 추정치일 뿐 실제로 차 값이 어떻게 정해질 것인가는 자동차 업체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매우 유동적이다. 가능성은 전무하지만, 업체들끼리 담합해 세금 인하 부분을 이익으로 챙긴다면 시중 차 값은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반면 FTA로 가격 경쟁력이 생긴 미국 업체들이 점유율 확대를 위한 공세에 나서 세금 인하 폭 이상으로 가격을 내린다면 국산과 다른 수입차 업체도 인하 경쟁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소비자들이 챙기게 될 이익은 추정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큰데, 전문가들은 업체의 담합 가능성보다는 경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 값 하락으로 취ㆍ등록세 부담도 줄어드는 만큼 차량 구입에 들어가는 총 부담도 미국차는 15%, 국산ㆍ기타 수입차는 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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