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가 인터넷을 검색했다. 최승호 시인의 시 한편을 인용해야 하는데 집에 시집이 없었다. 짧은 시라 평소 외우고 있었지만 혹 잘못 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한 대로 인터넷 카페 여러 곳에 찾고자 하는 시가 떠 있었다.
● 고맙지만 크게 변형되기 일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시들이 조금씩 변형되어 있었다. 시의 부제가 시 구절이 되어 있는가 하면, 시의 연이 무시되거나 잘못 나눠져 있기도 하고 조사가 틀린 곳도 있었다. 부제 포함 단 세 줄짜리 시라, 토씨 하나만 틀려도 시의 맛이 치명적으로 변질 될 수도 있는데, 참 난감했다.
몇 년 전 노트북을 잃어버렸었다. 성격이 꼼꼼하지 못해 원고를 미리 출력해 놓지도 않아 써왔던 글 전부를 날린 셈이었다. 시집원고를 넘기기로 한 날짜는 다가오고 여간 걱정이 되는 게 아니었다.
친구의 조언을 듣고 인터넷을 뒤졌다. 성과 이름이 특이해 검색 창에 세 글자를 쓰고 치니 관련 글들이 떠올랐다. 이곳 저곳에 발표는 하고 시집을 엮지 않은 시 140편을 찾을 수가 있었다.
인터넷에 시를 올린 누리꾼들이 고마웠다. 그런데 시를 정리하면서 이건 아니란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 이유인즉, 일단 시들이 너무 심하게 변형되어 있었다.
시의 일 부분이 시 전문이 되어 있기도 하고, 어떤 시는 시를 읽은 사람의 시에 대한 평이 합쳐져 한 편의 시로 둔갑 되어 있기도 했다. 시를 옮기는 과정에서 한두 군 데 난 오타야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딴 시인의 시가 내 시로 떠돌고 있기도 하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시의 변형 외에 또 다른 문제점도 있었다. 이렇게 시들이 많이 떠돌고 있는데 시집을 엮는다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더 노골적으로 말해보면 시집이 팔릴 리가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물론 시집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생각도 없고 팔아 돈을 벌 수도 없음을 잘 안다. 그렇지만 시집이 어느 정도는 팔려야 출판사에서 시집도 출간해주고 출판사들은 그 작은 보람으로 문학지를 만들어 발표지면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시를 쓰는 사람의 마음이 너무 야박하다고만 탓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시를 쓰는 사람이야 자신의 시가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지는 것이 왜 기쁘지 않겠는가. 시를 옮기는 사람들의 마음이 시를 쓰는 사람들의 마음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왜 모르겠는가.
● 나는 새 울음을 잘 전했을까
시를 옮기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은 시를 지은 사람의 노고를 생각해, '토씨 하나를 찾아 우주를 떠도는 시인이여' 라는 어느 요절 시인의 시 구절처럼, 나름대로 고뇌하는 시인들의 마음을 헤아려 시를 무단으로 옮기더라도 정확하게 옮겨주길 바란다.
창 밖에서 새가 운다. 나 또한 저 새 울음소리를 얼마나 활자로 잘못 옮겨 왔을까, 깊이 반성해 본다.
함민복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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