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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포토라인 위의 대선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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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포토라인 위의 대선자금

입력
2007.04.0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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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대기업 총수와 대통령의 측근, 거물급 정치인들이 줄줄이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서 고개를 떨군다.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대선자금 사건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서다. 검찰은 참여정부 출범 직후 2002년의 대선자금 사건과 관련 주로 재벌그룹 부회장을 소환했으나 이번엔 철저한 수사를 위해 재벌 총수들을 직접 불렀다.

앞으로 1년 후에 충분히 벌어질 법한 풍경이다. 참여정부에서 대선자금 사건이 정치권과 재계에 경종을 울렸기 때문에 유사 사건이 재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다시 터질 수밖에 없는 요인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정치자금 출구는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는데도 돈 조달을 위한 입구는 제대로 정비되지 않고 있다.

과거처럼 수천억원에 이르는 대선자금을 쓰는 일은 없겠지만 주요 대선주자들은 올해에도 대선 때까지 수백억원의 돈을 써야 한다. 주요 참모들에게 활동비를 줘야 하고, 전국의 조직 가동을 위한 자금도 필요하다. 대선주자 일행이 해외와 국내를 나들이하는 데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특히 주요 대선주자 캠프에서 일하는 참모들은 요즘 수십명씩에 이른다. 그들은 각계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종종 식사비와 술값도 낸다. 대선 캠프의 참모 조직도를 보면 "무슨 돈이 있어 이렇게 많은 참모들을 데리고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대선자금 수백억원을 합법적으로 모을 수 있는 창구는 전혀 없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대통령후보나 예비후보자 등은 정치자금을 받을 수 없다.

다만 당내의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는 정치인은 후원회를 두고 선거비용제한액(약 479억원)의 5%에 해당하는 25억원 가량만 모을 수 있을 뿐이다. 선관위가 대선을 앞두고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지원하지만 그것은 후보가 아니라 당에 주는 지원금일 뿐이다.

현행 제도를 고치지 않으면 대선자금 병(病)이 도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징후는 양쪽에서 다 엿보인다. 얼마 전 만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노무현정부 들어 돈 달라는 정치인이 적어 편하다"면서도 "대선주자에게 성의 표시를 좀 하는 것은 그리 아깝지 않지만 범죄자가 될까 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한 대선 캠프의 참모도 "불법 자금을 받아선 안되는데, 그렇다고 돈 한 푼 없이 대선을 치를 수도 없어서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대선자금 사건이 내년에도 재현된다면 대통령의 리더십은 임기 초반부터 흔들리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재벌 총수의 구속 등으로 우리 경제에 주름살이 생기게 된다는 점이다. 국제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신뢰도도 추락하게 될 것임을 분명하다.

한국일보는 대선자금 조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2006년 11월21일자)를 쓰고, 중앙선관위는 이런 문제를 수술하기 위한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국회를 제출했다.

그러나 각 정당은 아직도 별다른 입법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 총수들이나 대통령의 왼팔ㆍ오른팔들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대선주자들이 선거 1년 전부터 떳떳하게 일정 한도의 후원금을 모을 수 있도록 서둘러 법을 고쳐야 한다.

요즘 미국에선 대선주자들의 선거자금 모금 캠페인이 한창이다. 서울에서도 이 같은 풍경을 볼 수 있어야 대선자금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김광덕 정치부 차장대우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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