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년 역사를 자랑하는 거대 미디어그룹 트리뷴이 시카고의 부동산 재벌 샘 젤(65)에게 82억달러에 팔렸다. 트리뷴은 2일 성명을 통해 젤이 시카고 트리뷴, 로스엔젤레스 타임스 등 11개 일간지와 23개 TV 방송국 및 메이저리그 구단인 시카고 컵스를 소유하고 있는 트리뷴을 주당 34달러에 인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젤은 3억1,500만달러를 직접 투자해 최종 인수ㆍ합병 작업이 끝나면 지분 40%를 갖게 되며, 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트리뷴은 상장 폐지 후 비공개 기업으로 전환된다.
지난해 6월 시작된 트리뷴의 인수전은 그동안 젤 측과 공동으로 인수의사를 밝힌 로스앤젤레스의 억만장자 로널드 버클_일라이 브로드 측의 2파전으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이번 인수 결과가 트리뷴의 장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미지수다. 베어스턴스 애널리스트인 알렉시아 쿼드라니는 트리뷴이 비공개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되사는데 드는 돈을 대출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므로, 인수ㆍ합병이 끝난 뒤 트리뷴의 부채는 현재 50억달러에서 134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리뷴이 이번 시즌이 끝나고 시카고 컵스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막대한 부채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비즈니스위크는 1981년 트리뷴이 2,000만달러에 사들인 시카고 컵스가 현재 5억달러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사람들은 벌써 ‘다음엔 어떤 자산이 매각될 것인가’ 궁금해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0년대 초 라디오 방송 기업을 7,900만달러에 인수한 뒤 99년 44억달러에 되판 적이 있는 젤은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트리뷴 인수시) 편집권에는 개입할 생각이 없다”면서 “내 관심은 오로지 ‘경제적(economic)’인 데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리뷴의 매각이 역사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신문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수년 동안 신문산업은 인터넷에 독자와 광고를 동시에 빼앗기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미 지난해 3월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 등 32개 일간지를 발간하는 미국 2위 신문사 나이트리더가 경쟁사인 맥클래시에 인수됐다. 시사주간 타임의 발행사인 타임사도 올해 초 등 잡지 18개를 스웨덴 출판사에 매각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유력지도 올해 2월 광고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7.5%, 10% 감소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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