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한국도 선진 ‘메이저리그’ 국가에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 수입의 7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을 확실하게 활용하고, 지금의 미국을 만든 기술과 생산성을 제대로 전수 받는다면 한국의 미래는 밝다.
그러나 한미 FTA가 장밋빛 미래를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의 ‘통상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뚫어놓았지만 팔러가는 물건 보다 오는 게 훨씬 많다면, 또 전방위 경쟁 촉진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기대했는데도 ‘발전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갈등적 구조조정’만 초래한다면 한미 FTA는 잿빛 한국을 가속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각계 인사들은 한미 FTA 타결의 긍정적 부분만 부각하기 보다는 복잡한 협정문 조항을 냉정하게 되짚어 보고 전략적으로 한미 FTA 시대를 준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3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문지방이 조금 낮아진 건데 마치 중국의 경쟁력을 따돌린 것처럼, 또 일본은 경쟁력이 없어진 것처럼 장밋빛 전망을 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그는 또 “한미 FTA는 세계화의 큰 바다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아주 쓴 약이 될 것 같다”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후 10여년 간 대미 수출은 22.7%(82억 달러) 증가하는 반면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44.4%(129억 달러) 늘어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한미 FTA 시대의 승패는 한국 산업의 경쟁력 제고 여부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이시욱 연구위원은 “한미 FTA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정책적인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을 모든 경제주체들이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기업, 국민 개개인들이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만큼 성과를 보장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의 타결로 최대 수혜를 보게 될 분야로 평가 받는 자동차, 섬유 등에서 이득은 예상만큼 많지 않으며, 오히려 역공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메릴린치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대미 수출 물량의 3분의 2가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관세 철폐에 따른 효과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며 “오히려 관세를 면제 받은 미국산 일본차의 역공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신시장으로 평가돼온 픽업트럭(관세율 25%)은 10년에 걸쳐 관세를 없애기로 했기 때문에 FTA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섬유도 원산지 기준(얀포워드) 예외 품목이 소폭에 그쳐 중국산 원사를 많이 사용하면서 상당 부분 중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한미 FTA는 역사적 사건임에 틀림없지만, 소득 증대와 선진화를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제도 개선, 기술 개발 등 FTA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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