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싸고 범여권 내부의 이견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가능성 차원에 머물던 분열의 조짐이 점차 현실화하는 듯하다. 벌써부터 대선 구도의 재편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한미 FTA협상이 타결된 뒤 범여권에선 찬반 양론의 분화가 뚜렷해지는 추세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찬성쪽에 무게를 둔 채 “협상 결과를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당 내부에선 찬반이 분명하게 갈린다.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주장하는 통합신당모임과 민주당도 찬반이 엇갈린다. 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은 찬성이, 민주당은 반대가 우세하다는 게 중론이다. 민생정치모임은 소속 의원 다수가 반대파다.
대선주자들의 입장도 극명하게 맞선다. 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과 민생정치모임 천정배 의원은 “비준안에 반대할 것”임을 공공연히 밝힌다. 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은 협상 결과에 다소 비판적이지만 분명한 찬성이나 반대 입장도 아니다. 반면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적극적인 찬성론자다.
문제는 대선이다. 일정상 국회는 8월 임시국회 이후 비준안을 논의하게 될 텐데 여론이 양분된 상황이라 정치적 논란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공방이 벌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당의 한 의원은 “정치권에선 찬성론이 우세하더라도 범여권의 유력한 한 축인 시민ㆍ사회세력이 반대론에 기울어 있는 만큼 찬반 진영간 격돌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단일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는 범여권의 대선구도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사회구조 전반을 뒤흔들 한미 FTA에 대한 입장 차이는 일반 정책현안과는 무게가 다르다”고 말했다. 한미 FTA에 대한 찬반 입장은 정체성의 문제이므로 결국 ‘반(反) 한나라당’ 단일 전선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찬ㆍ반 진영은 서로 “매국행위 찬성”또는 “무책임한 단식농성”이라는 등의 감정 섞인 비난을 주고받고 있다. 때문에 범여권 일부에선 “함께 갈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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