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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시대] <3> 농업 어떻게 지켜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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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시대] <3> 농업 어떻게 지켜야 하나

입력
2007.04.0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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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가 언제 들어올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산지 송아지 가격이 떨어지고 있습니다.”(홍준근 전국농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일각의 ‘예상 밖 선전’ 지적에도 불구하고 농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가장 힘들게 됐다는 것 만큼은 명백하다. 과거 몇 차례 개방의 홍역을 치렀던 농업이지만, 이번 상대가 세계 최강의 농업 경쟁력을 자랑하는 미국이라는 점에서 농업계의 고민은 깊고 크다. 하지만 앞으로도 잇따라 FTA를 체결하게 될 현실에서 언제까지 ‘막아내기’로 일관할 수는 없는 만큼 한미 FTA를 국내 농업의 혁신을 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농업 피해 얼마나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한미 FTA를 통해 농축산물 관세가 10년 동안 단계적 인하를 거쳐 철폐되는 상황을 가정할 경우, 쇠고기 돼지고기 사과 감귤 등 26개 주요 품목의 생산은 한해 8,7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연간 총 농업 생산액 33조3,760억원의 2.6%에 해당하는 규모다.

협상 결과 쇠고기 15년, 사과ㆍ배 20년 등 관세가 장기간에 걸쳐 철폐되는 품목도 적지 않아 실제 피해는 이보다 다소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큰 타격임에는 분명하다. 쇠고기의 경우 연간 생산 감소액이 2,214억원으로 2004년 한우 쇠고기 생산액 2조9,000억원의 10%에 육박한다.

돼지고기도 1,352억원 감소가 예상되는 등 축산 분야의 충격이 클 전망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판정 이후 7월부터 갈비 등 미국산 뼈 포함 쇠고기의 수입이 재개될 경우 올해 한우 암소와 수소(600㎏)의 평균 가격이 각각 503만원, 408만원으로 지난해보다 5.1%씩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송아지의 하락폭은 더욱 커, 암수 각각 9.6%, 20.9% 떨어질 전망이다.

오렌지 관세가 10년 안에 없어질 경우 국내 감귤 생산은 한해 37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협상 결과 계절관세 도입 등으로 피해를 줄였다지만 감귤이 제주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혼란은 불가피하다.

● 한국 농업이 살 길은

정부는 한미 FTA 타결에 따른 피해 보완 대책으로 직불금이나 폐업 지원금 지원 대상 확대와 같은 직접적인 피해 보전과 함께 품목별 경쟁력 강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피해 보전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정책의 중심을 농업 경제의 혁신을 전제로 하는 경쟁력 강화에 두지 않는다면 농업의 활로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난 농심(農心)을 달래려는 일회성 정책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계기로 시작된 농어촌에 대한 지원 대책이 그 동안 투자 규모에 비해 성과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은 정부 정책의 반성과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92년부터 98년까지 42조원이 투입된 농어촌 구조개선 대책, 15조원 규모의 농어촌특별소비세 사업(94~99년), 45조원 규모의 농업농촌발전계획(99~2003년), 3년 간 29조원이 투입된 농업농촌투융자계획(2004~2013년) 등 130조원이 넘게 들었지만 지금도 농업의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구체적으로는 농축산물 유통 체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축산 농가들은 “외국산과 국내산이 명확하게 구분돼 판매되도록 해야 하고 엄격한 단속과 처벌을 가해야 그나마 고급 이미지의 국내산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ㆍ허가 등 제도적 문제점도 해결해야 한다. 민승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은 쌀 생산량의 20%가 술 제조용으로 쓰일 정도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우리는 까다로운 주류 제조 규제로 인해 농민들이 술을 만들어 상품화하기가 너무 어렵게 돼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정부 의존적인 태도를 버리고 ‘시장’과 ‘소비자’ 중심적인 사고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민 연구원은 “관광을 통해 농촌 자체를 상품으로 만드는 것처럼 다른 산업을 적극적으로 접목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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