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종합상사들은 해외자원 개발 등 기존의 무역 중심에서 탈피해 ‘제 2의 성장동력’ 찾기에 분주하다. 그런 가운데 최근 주요 종합상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새로 취임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종합상사 노영돈(53) 사장, LG상사 구본준(55) 부회장, 대우인터내셔널 강영원(56) 사장은 취임과 동시 과감한 신사업을 추진, 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 3인의 CEO는 한결같이 현재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다고 판단하고 ‘회사 가치 극대화’를 강조한다. 현대종합상사 첫 공채 출신 CEO인 노영돈 사장은 매출 및 이익 증대를 위한 영업력 강화를 경영의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그는 3월 취임식에서 “종합상사의 본업인 국제 무역환경이 냉혹하고 경쟁이 치열해 회사가 극심한 전환기를 겪고 있다”며 “현재 당면한 도전과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회사를 만들기 위해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의 3대 성장동력인 무역, 자원개발, 제조업 부문의 균형성장을 통해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회사의 경영자원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3월 LG필립스LCD 대표이사 부회장에서 LG상사로 자리를 옮긴 구본준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를 ‘미래 준비의 해’로 정하고, 신사업 개발 등 중점 추진과제를 강조한다. 그는 “올해는 LG패션의 사업 분리 이후 특화한 전문상사로서 자립기반을 강화해야 하는 첫 해”라며 “대내외적으로 어느 때 보다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그는 “어려울 때일수록 임직원이 혼연일체가 돼 올해를 LG상사의 재도약 기점이 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말 대표이사에 선임된 강영원(56) 사장은 올해를 세계 초일류 종합상사가 되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해로 만든다는 포부다. ‘대우’ 브랜드가 아직도 해외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스스로 대우맨을 자처하는 강 사장은 “중국 증시의 폭락, 미국의 경기 하락 조짐, 환율 등 우리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낙관적이지 않다”며 “그러나 위기에 강했던 ‘대우’의 전통을 되살려, 위크아웃 당시에 가졌던 각오와 초심의 자세로 경영여건을 극복해 나가자”고 밝혔다.
이들 세 CEO는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수익 사업 발굴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 현대종합상사 노 사장은 30여년간 중화학공업 수출을 주도해 오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해 무역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것. 그는 “종합상사 고유의 마케팅 능력과 제3국 상품 개발, 고수익 3국 무역 및 금융을 동반한 복합거래 확대를 통해 영업력을 극대화하고 조직 역량을 결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LG상사 구 부회장은 환경 사업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기후변화협약 대응사업과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ㆍ운영 사업에 진출하기로 하고 대책을 마련중이다. 또 자원 및 원자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플랜트 수출, 수입유통사업에 주력해 가까운 미래에 연간 2,000억원 규모의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인터내셔널 강 사장은 미래 수익사업으로 추진중인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계기로 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사업을 가속화하고, 종합상사의 고유 기능(프로젝트 구성)을 더욱 확대 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이들은 미래 성장 토대는 고급 인력 확보라고 보고 조직에 신바람을 불어넣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 노 사장은 철저한 실적 위주의 경영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성과 보상을 차등화하고, 투명한 인사시스템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LG상사 구 대표는 ‘성과에 따른 차별적 보상을 강화하겠다’며 조직의 리더들에게 솔선수범을 당부한다. 대우인터내셔널 강 사장은 수출과 해외투자사업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임직원들에게는 최대의 보상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김 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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