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선인터넷 기능이 없는 휴대폰 판매를 전격 허용, 국내에도 저가 휴대폰 시대가 열리게 됐다.
반면 독자적인 국내 무선인터넷 기술을 의무적으로 탑재해야 하는 규제로 인해 그 동안 진출을 꺼리던 노키아, 소니에릭슨 등 외국 휴대폰 업체들도 국내시장을 본격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정보통신부는 1일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에서 KTF와 KT아이컴의 합병인가조건 변경신청을 심의한 결과, 국내 무선인터넷 표준인 ‘위피’(WIFI)를 탑재하지 않은 휴대폰 판매를 금주중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강대영 정통부 통신전파방송정책본부장은 “이용자 편익증진과 선택권을 고려해 무선인터넷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휴대폰은 위피 탑재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강 본부장은 이어 “KTF 뿐만 아니라 SK텔레콤, LG텔레콤 등도 위피없는 휴대폰을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KTF는 그 동안 KT아이컴 합병인가 조건에 포함된 휴대폰 위피탑재 의무화 조항을 제외해 달라는 신청서를 정통부에 제출한 바 있다.
위피란 국내에서 개발한 무선인터넷 플랫폼 표준 소프트웨어로, 컴퓨터(PC)의 ‘윈도XP’처럼 휴대폰의 무선인터넷 관련 기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정통부는 상호접속 고시 및 KTF-KT아이컴, SK텔레콤-신세기통신 합병 인가 조건에 모든 휴대폰은 위피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명시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단순 통화기능만 지원하는 휴대폰은 위피를 탑재하지 않아도 되도록 이를 변경했다. 다만 무선인터넷 기능이 포함될 경우 현행대로 위피를 반드시 탑재해야 한다.
위피가 제외된 휴대폰은 영상 및 음성통화, 단문 문자메시지(SMS), 원격 통화(로밍) 등 단순 기능만 지원하게 된다. 즉, 휴대폰으로 인터넷 검색, 벨소리 및 MP3와 게임 내려받기, 사진과 음성이 첨부된 멀티미디어메시지(MMS) 전송 등 무선인터넷에 접속해야만 가능한 서비스는 이용할 수 없다.
대신 ‘네이트’ ‘매직엔’ ‘이지아이’등 휴대폰의 무선인터넷 버튼과 관련 소프트웨어가 필요없게 돼 휴대폰 가격은 그만큼 내려간다.
업계 관계자는 “무선인터넷 기능이 제외되면 휴대폰 제조원가가 3만~10만원 가량 떨어진다”며 “이용자들은 10만원 미만에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F는 발빠르게 LG전자로부터 위피없는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전용 휴대폰을 납품받아 판매를 시작할 방침이다. 해당 휴대폰은 글로벌 로밍 기능 때문에 판매가격이 33만원으로 정해졌으나 보조금 등을 감안하면 10만원 미만에 시판될 전망이다. SK텔레콤도 HSDPA 뿐만 아니라 기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에서도 위피없는 휴대폰을 판매할 방침이어서 벌써부터 저가폰 경쟁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휴대폰산업 측면에서는 외풍을 가려주는 병풍이 사라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키아, 소니에릭슨 등은 한국 시장만을 겨냥해 위피를 탑재할 경우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내 진출을 꺼렸다. 이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 등 국내 휴대폰제조업체들은 모든 휴대폰에 위피탑재 의무화가 필요하다며 정통부의 갑작스런 입장 변경에 반발하고 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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