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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국문학을 '재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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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국문학을 '재인식'한다

입력
2007.04.03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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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소설의 개척자 김동인의 발언은 자못 시사적이다. “계급 문학이란 게 있다면, ‘계급 비평’도 ‘계급 음료수’도 있지 않겠느냐.” 김윤식ㆍ김현의 명저 <한국 문학사> 는 그를 두고 “치기 어린 절규”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역사의 격랑과 맞부딪치며 변동의 골을 건너고 있는 21세기 문학은 근대 연구에 눈길을 주며, 영감의 근원을 찾고 있다.

<염상섭 문학의 재인식> 을 출발점으로 채만식ㆍ한설야ㆍ이태준 등 주요 작가와 친일 문학 문제 등 쟁점들을 조명, 현대 한국 문학의 뿌리를 찾아 간다. 문학과사상연구회가 1998년 시작해 현재 22권의 장서를 축적한 <연세근대한국학총서> (소명출판사) 시리즈가 그것이다. 근대 문학의 주요 작가들을 섭렵하는 ‘재인식’ 시리즈로 최근에는 차원현 경주대 한국어문어학과 교수가 <한국근대소설의 이념과 윤리> 를 펴냈다. 연구회측은 “사회주의 몰락이나 포스트모더니즘 등 당대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 근대 계몽기 문학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며 “근대성 자체에 대한 반성과 천착은 시대적 요구”라고 말했다.

최근 지령 32호를 기록한 민족문학사학회의 <민족 문학사 연구> 도 기점을 근대 계몽기로 잡고, 국문학 재발견을 요청하고 있다. <신소설에 나타난 군인의 형상화 고찰> <1930년대 후반 한국 소설에 나타난 허무주의 연구> 등 근대의 의미를 문학적으로 묻는 논문들을 비롯해 연극과의 관련에 대해서도 탐구, 현재적 의미를 묻고 있다. 인하대 국문과 김명인 교수는 한국 문학 100년사를 ‘가족’이라는 주제로 관통, 근대부터 나타난 ‘아버지 아들’이란 테마의 변동상에 주목했다.

그는 식민지 고아 의식에 주목, 식민지라는 외부적 상황에 먼저 맞닥뜨린 우리 근ㆍ현대 소설사에서 외래의 힘에 의해 아버지의 존재가 부정되는 파행이 불가피했다고 지적한다. 즉 서구 근대 소설이 ‘부르주아의 서사시’인 반면, 한국의 근대 소설은 ‘피식민주체의 서사시’라는 태생적 위상차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같은 한계점은 남북 분단이라는 또 다른 비극과 맞물려 아버지 부재라는 상황으로 연결됐고, 나아가 1990년대 가족 해체상과 맞물려 불륜 소설 붐으로까지 치달았다는 분석이다.

한편 서강대 국문과 이재선 명예 교수는 근저 <현대 소설의 서사 주제학> (문학과지성사)에서 1920년대 이후 부각되기 시작한 소설 속 광인ㆍ질병 담론에 주목하고 있다. 이 교수는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 , 신소설 <천중가절> 등의 천연두를 비롯해 김동인의 <광염 소나타> , 현진건의 <시립정신병원장> , 백신애의 <광인 일기> 등에 시대적 광기가 재현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또 이광수 <무정> 의 천연두, 김동인 <광화사> 의 광기, 나도향 <환희> 의 각혈, 채만식 <탁류> 의 매독 등을 계기점으로 해 주제나 모티프 등에 주목하는 ‘문학 주제학’이 확산되기를 희망했다.

<연세근대한국학총서> 를 출판한 소명출판사 박성모 사장은 “조선대 오문석 교수의 <근대시의 모더니티와 종교적 상상력> 을 비롯해 연세대에서 강의중인 존 프랭클린 교수의 <한국 근대 문학에 나타난 외국의 의미> 등을 계속 발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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