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하겠다는 뜻을 미 의회에 통보한 것은 의회가 승인절차에 들어가줄 것을 요청한 것이기도 하다.
미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위임받은 신속무역협상권(TPA) 규정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는 6월30일로 돼 있는 TPA 시한이 만료되기 90일 이전에 의회에 서명의사를 통보해야 하고 6월30일 이내에 최종 FTA 협정문에 공식 서명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부시 행정부는 한미 FTA 서명의사 의회 통보와 함께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합의안 내용을 전달하고 평가를 요청해야 한다. ITC는 합의안 내용이 미국의 무역ㆍ환경ㆍ노동 정책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하고 그 결과를 대통령과 의회에 보고하게 된다. ITC의 검토 보고서는 의회가 승인에 앞서 제출받아야 할 필수적인 서류다.
한미 FTA가 공식 조인되면 미 행정부는 협정문을 미 국내법 형식에 맞게 ‘이행법안’으로 만들어 상ㆍ하원에 제출한다. 미 행정부는 6월30일까지 공식 서명을 해야 하지만 이행법안 제출시한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법안에 대한 의회의 실제 승인 시기는 상당기간 늦춰질 수도 있다.
한국의 국회에서 한미 FTA가 처리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미 행정부도 이행법안 제출 절차를 진행시켜 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요한 국가와의 FTA의 경우, 이행법안 제출이 예상외로 빨라질 수도 있다.
행정부가 이행법안을 일단 제출하면 미 하원은 의회 개회일 기준으로 45일 이내에, 상원은 15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개회일 기준이기 때문에 주말과 휴회기간을 포함하면 이 과정에 몇 개월이 소요될 수도 있다.
미 행정부가 이행법안을 제출하기 전이라도 의회는 각종 청문회 등을 통해 FTA에 대한 실질적인 검토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 의회가 한미 FTA를 승인할 것인지 여부는 이 과정에서 미 행정부가 의회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 의회의 한미 FTA 승인 전망과 관련해서는 현단계에서 가부를 확실히 예단하기는 어렵다.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가진 민주당이 미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FTA 합의내용이 조목조목 파헤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TPA 규정은 미 의회가 FTA 내용을 수정할 수 없고 찬반만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미 민주당 지도부는 이미 한미 FTA 내용의 일부를 수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나서기도 했다.
한미 FTA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미국이 맺는 최대 FTA라는 점 등 때문에 결국 승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으나 “자동차와 쇠고기, 의약품 등 쟁점분야의 합의 내용과 관련해 민주당이 강력히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어 승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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