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알고 전문성을 갖추지 않으면 기업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바이오벤처 ㈜씨트리는 김완주(65) 회장이 쉰여섯이 되던 해 세운 회사다. 독일 유학생이던 김 회장은 1976년 정부의 해외과학자 유치 프로그램에 따라 귀국해 20년 가까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한국화학연구소 등 국책연구소에 몸담으며 국내 신약 연구개발의 대부로 통하는 연구자다. 평생 연구인으로 남을 거 같았던 98년 그는 화학연구소 동료 연구원 5명과 함께 명지대 용인캠퍼스에 연구실을 얻어 씨트리를 설립했다.
김 회장은 “편안한 여생을 보낼 방법을 고민할 때 집 팔아 창업한다니 말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기술 중심의 선진국형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접을 순 없었다”며 “외국에서는 기술을 가진 과학자들이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기업은 돈이 흐르는 쪽으로만 투자한다. 부동산에 돈이 몰리는 게 다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도 설명했다.
씨트리는 지난해 미국과 유럽에서 면역억제제의 물질 특허를 얻고 경구용 항암제를 개발하는 등 신약 연구의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현재 국내 14건, 해외 5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9년간 굴곡도 많았다. 2000년 한국에서 철수하는 독일 바이엘의 경기 남양주 공장을 인수해 생산시설까지 갖췄지만 재정 위기가 닥쳤다. 고대했던 코스닥 상장도 실패했다. 회사가 어렵자 화학연구소 출신 창업 멤버들도 2명만 남고 다들 제 갈 길을 갔다. 김 회장은 2004년 대화제약에 지분 22%를 넘기며 최대주주 자리도 내주었다. 그는 “신약 개발만 열심히 하면 튼튼한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며 “특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영업을 떼어내고 연구개발과 생산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씨트리는 지난해 약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50억~160억원 매출과 20억원의 순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90명 직원 가운데 3분의 1이 연구인력으로 연구개발(R&D)에 매출의 30%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제약회사도 전문화가 필요하다. 씨트리는 통증치료 분야로 특성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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