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공식 타결된 2일 각계 반응은 찬반으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진보적인 시민단체들과 이번 FTA 협상의 가장 큰 피해자인 농민들은 국회비준 저지 등 향후 투쟁 강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입장인 반면, 보수 단체들은 경제 재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적극 환영했다.
“졸속 협상” “국회비준 저지” 성토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한미 FTA 타결에 대해 “졸속 협상의 결과”라며 강력 비판했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이날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는 세계 통상역사에 길이 남을 ‘퍼주기’로 기록될 것”이라며 “망국적 협정 전면 무효화 투쟁을 가속화하겠다”고 투쟁의지를 밝혔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국민의 합의 없는 협상과 타결은 ‘통상쿠데타’이며 노 대통령은 ‘탄핵감’”이라며 “국민의 저항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는 중대한 민주헌정질서 파괴 행위인만큼 협상 무효화, 비준 반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각 직능단체의 규탄 목소리도 높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영수 정책국장은 “정부가 쌀을 개방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생색내지만, 애초에 쌀은 협상대상도 아니었다”며 “전대미문의 농업 말살 협상”이라고 성토했다. 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 모임 한택근 사무총장은 “투자자-국가소송제 조항에 따라 우리나라의 많은 법률이 개정돼야 하고 부동산 및 조세정책 수립이 무력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 역시 이번 협정 타결로 비정규직이 대량 양산돼 사회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농민들 망연자실 ‘한숨’
한미 FTA 타결의 직격탄을 맞은 농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충남의 대표적 양돈지역인 홍성군 축산농가의 한 농민은 “예상했던 일이지만 현실로 다가오니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할 뿐”이라며 답답해 했다. 양돈협회 홍성지부 한흥재 지부장은 “그나마 한우는 고급 육류 중심으로 브랜드 개발이 이뤄졌지만, 돼지고기는 고품질 브랜드 개발조차 돼있지 않은 상태”라며 “미국 쇠고기가 대량 수입되면 돼지고기 수요가 저가의 미국 쇠고기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했다.
10년 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후유증에 이어 2차 충격을 받은 제주 감귤 농민들도 “정부가 제주 감귤을 쌀과 동등하게 대우해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거듭 저버렸다”며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미FTA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 임기환 집행위원장은 “오렌지 등 감귤류에 대해 계절관세가 적용되더라도 속도에만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감귤산업의 붕괴를 막을 수는 없다”며 제주농업에 미칠 파장을 염려했다.
보수단체 “환영… 경제 재도약할 것”
반면, 줄곧 적극적인 시장 개방을 외쳐온 보수 단체들은 환영 일색이다. 뉴라이트전국연합 제성호 대변인(중앙대 교수)은 “국제화 시대에 한미 FTA는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꼭 필요한 것”이라며 “다만 개방을 통해 얻는 이익을 사회적으로 적절히 배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유주의연대 신지호 대표도 “한미 FTA 타결은 경제 재도약을 위한 출발점”이라며 “한미 동맹강화 차원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선진화국민회의 등은 “한미 FTA에 대한 국민적인 이해가 아직 부족한 만큼, 국민과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홍보운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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