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도심은 한미FTA 반대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시위 참가자들은 참가자들 나름대로 모두 절박한 이유가 있어 보였고, 그들을 보며 혀를 차는 택시 기사들과 버스 운전사들의 고충 또한 그리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모두 생업과 연관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시위들이란, 대부분 이런 종류의 것들이다. 우리 동네에 납골당을 짓지 마라, 우리 동네에 가스충전소를 세우지 마라, 우리 동네 그린벨트를 어서 빨리 해제하라, 등등.
그런 시위들은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모두 개인의 이익과 전체의 이익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것들인지라, 끝을 알 수 없는 실타래처럼 우리 사는 내내 끊임없이 보아야 할 것들임에 분명하다. 이왕 계속 볼 시위이고, 계속 될 시위라면, 이런 종류의 시위들도 있었으면 하는, 허튼 생각도 해본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님은 더 건강해져라, 벚꽃들은 조금 더 일찍 개화하라, 사월은 조금 천천히 지나가라, 등등. 생각만 해도 근사하지 않나. 모두 머리띠를 두르고, 여의도 벚나무 아래 앉아서 꽃은 어서 빨리 피어라, 피어라, 연좌시위를 벌이는 모습 말이다.
별 미친놈 다 보겠네, 라며 사람들이 동참하지 않는다면, 나 혼자서라도 하고픈 심정이다. 매일매일 각박한 시위만 보다 보니 마음이 좀 그렇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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