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타결된 한미FTA 협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평균 이상의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과 의료 등 국내 기반이 취약한 서비스 분야에 대한 개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FTA의 국민적 실익은 ‘반쪽’에 그칠 것이란 견해도 적지 않았다.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우리나라는 농업과 의약 부문은 일부 내준 대신 자동차 섬유 등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했다는 점에서 윈-윈 협상이었다”며 “미국 쇠고기의 경우 국민위생과 직결된 문제이지만 국제기구판정이 나오는 대로 수입하는 건 시간 문제였고 관세도 긴 기간 점진적으로 없앰으로써 시장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한미FTA가 타결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 동아시아 국가로는 가장 큰 자유무역지대를 형성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세계 무역질서는 물론 무역기회 창출에서도 큰 기회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조사2본부장은 “우리는 세계 최대 무역국인 미국과의 성공적인 협상타결을 이끌어 낸 만큼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앞으로 EU, 중국이나 그 밖의 국가와도 FTA 협상을 활발히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전개될 개방경제 시대에 대비해 사회 각 분야에서 자발적인 경쟁력 강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FTA는 단지 고속도로만 열어 놓은 것일 뿐, 그 길을 달리는 것은 결국 기업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김도훈 실장은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의 문이 열렸다고 해도 우리의 노력이 없으면 물거품이 된다”며 “앞으로의 과제는 우리의 기업이 얼마나 노력하는 가에 달렸으며 정부도 한국 경제와 산업을 미국시장에 얼마나 제대로 마케팅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제민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무엇보다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지금의 수도권 규제로는 힘든 만큼 대폭적인 개선이 필요하며 각종 규제 완화, 선진적 노사관계 형성, 교육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교육 의료 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서비스 시장 개방이 미흡한 점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매년 유학 혹은 치료목적으로 해외에서 지출되는 외화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현실에서, 취약한 국내 교육ㆍ의료서비스 기반을 개선하려면 FTA와 같은 개방을 통해 실질적 경쟁과 구조조정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협상은 이들 서비스 분야가 상당부분 제외돼 국내 서비스의 질적 향상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경태 원장은 “금융ㆍ서비스 및 규범 분야는 미국의 선진화된 제도를 받아들여 세계적 수준까지 끌어 올려야 했지만 미흡했다”며 “교육 의료 등은 미국에서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예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서울대 박태호 원장도 “서비스분야에서 80개 가량 쟁점이 유보됐는데 이는 당초 우리 정부가 내세운 ‘서비스산업경쟁력강화를 통한 고용창출’이라는 FTA취지에 비추어 미흡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아예 자동차를 빼면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실패한 협상’이었다는 신랄한 비판도 나온다. 투자자 국가소송제나 비위반 제소 등 한국적 현실과는 맞지 않는 제도들이 다수 도입되게 됐다는 것. 유종일 KDI국제대학원 교수는 “정부에선 미국 제도를 마치 우리보다 선진화된 글로벌 스탠더드처럼 얘기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투자자 소송제가 적용되면 공공정책의 자주성마저 침해 당할 수 있고 관세인하 효과도 미국은 관세가 낮은 국가이기 때문에 미미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FTA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는 광범위한 보상대책이 마련돼야 하며, 차제에 농축산업 분야도 FTA를 대형화, 다각화, 업종전환 등 구조조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 혁 hyuuk@hk.co.kr안형영 prometheus@hk.co.kr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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