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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만 있나? 아이다·라 트라비아타·리골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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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만 있나? 아이다·라 트라비아타·리골레토…

입력
2007.04.03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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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은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아이다> 로 올해 첫 무대를 열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12~15일 <리골레토> 를 공연한다. 글로리아 오페라단은 창단 17주년 기념으로 다음달 2~5일 <라 트라비아타> 를 올린다.

이 세 작품의 공통점은 19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쥬세페 베르디가 작곡했다는 것, 그리고 지금껏 국내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오페라라는 것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은 ‘베르디 빅5 오페라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2009년까지 베르디의 작품 5편을 차례로 공연한다. 국립오페라단 역시 <라 트라비아타> 로 11월까지 지방을 순회하고, 한국오페라단도 11월 <라 트라비아타> 를 선보인다. 이런 풍경은 해마다 비슷하다. 베르디의 작품 5, 6편을 비롯해 푸치니 <토스카> 나 <나비부인> <라보엠> 등이 늘상 오페라 극장을 메운다.

세계적으로도 이탈리아 오페라, 그 가운데 베르디 작품의 비중은 상당히 크다. 하지만 국내 오페라 레퍼토리의 문제점은 그 중에서도 극히 일부 작품에만 쏠려있다는 것. 베르디 오페라가 26편이나 되지만 아직 한 번도 공연되지 않은 작품이 절반에 가깝다. 로시니는 37편의 오페라를 작곡했지만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세비야의 이발사> 정도다. 오페라 평론가 유형종씨는 국내 오페라 수준에 대해 “관객을 부를 수 있는 것은 10편 내외에 불과하다. 동유럽은 물론, 일본에 비해서도 20~30년은 뒤진다”고 평가했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우선 흥행의 어려움을 꼽을 수 있다. 종합예술인 오페라는 어떤 장르보다 제작비가 많이 들지만 국내 오페라 시장은 상당히 작다. 국립오페라단의 경우 일반적인 작품의 제작비가 10억원 이상이고, 규모가 큰 것은 20억원을 훌쩍 넘어간다. 하지만 오페라 관객은 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다 보니 기업의 협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대중성이 담보되지 않은 낯선 작품에 기업이 선뜻 돈을 내놓을 리 만무하다.

국립오페라단 정은숙 예술감독은 ‘이런 작품을 해야만 표가 팔린다’는 제작자들의 안일한 마인드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여행이나 영상물을 통해 관객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상황에서 식상한 레퍼토리만으로는 관객을 만족시키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극장 무대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제작비가 덜 드는 작은 규모의 작품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나마 올해는 예년에 비해 꽤 다양한 작품들이 대기하고 있다. 한국오페라단은 다음달 12~17일 피에르 루이지 피치 연출로 헨델 오페라 <리날도> 를 공연한다. 영화 <파리넬리> 에 삽입됐던 아리아 <울게 하소서> 로 유명한 작품이지만 한국 무대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다. 국립오페라단은 6월 14~17일 독일 현대 작곡가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 를 처음으로 선보이고, 성남아트센터는 10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를 초연한다. 2월 바로크 오페라 <악테옹> 과 <디도와 에네아스> 를 소개했던 예술의전당은 내년 4월 바그너 오페라 <파르지팔> 을 들여온다.

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작품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오페라단 박기현 단장은 “사실 흥행 때문에 좀 더 대중적인 작품을 하려고 했지만 연출자의 뜻에 따라 <리날도> 를 하게 됐다”면서 “지난해 <토스카> 를 했을 때에 비해 협찬사 구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털어놨다. 정은숙 예술감독도 “현대 오페라인 <보체크> 를 제작한다는 것은 국립오페라단으로서도 상당한 모험이지만 사명감을 갖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이면 60주년을 맞는 한국 오페라의 시계는 아직도 19세기 이탈리아에서 크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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