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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의 나의 뮤지컬이야기] "세계무대 난타 데뷔, 내 생애 가장 떨리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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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의 나의 뮤지컬이야기] "세계무대 난타 데뷔, 내 생애 가장 떨리던 순간"

입력
2007.04.03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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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여의 준비 끝에 1997년 10월 호암아트홀에서 <난타> 의 첫 막이 올랐다. 관객 반응이 무척 궁금했다. 대사 한마디 없는 공연, 사물놀이 장단으로 주방도구를 두들기며 마치 콘서트처럼 만든 이 공연에서 관객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결과는 기대 이상의 큰 성공이었다. 장면마다 관객의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고 우리 관객들에게는 기대하기 힘든 기립박수까지 받아냈다. 기운을 얻은 나는 곧바로 해외공연의 길을 모색했다.

하지만 앞이 깜깜했다. 한국의 공연을 제대로 해외 공연기획자나 극장에 팔아본 전례가 없었으니 누구한테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계약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공연 조건은 어떻게 제시해야 하는지, 속수무책이었다.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정보를 얻어낸 나는 98년 5월 <난타> 공연 비디오 테이프를 가방에 잔뜩 넣고서 첫 <난타> 판매 해외출장을 떠났다. 로스엔젤레스, 뉴욕, 파리, 런던으로 가서 공연기획자들을 만나 <난타> 를 설명하고 비디오 테이프를 보여주며 공연판매를 한 셈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한국의 문화상품을 팔러 나간 나는 한국의 문화를 모르고, 한국이라는 나라조차 잘 모르는 그들에게서 “한국에서도 연극 공연을 하느냐” 는 모욕적인 질문까지 받아야 했다.

힘이 쭉 빠져서 돌아온 나는 난타의 해외공연을 포기 할 뻔했다. 그러나 그냥 주저앉기에는 그간의 노력이 너무 아까웠고, 한국 최초의 수출용 공연을 만들어 보라는 나의 제안에 밤을 세워가며 열심히 공연을 만든 배우와 스태프에게도 너무나 미안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에이전트를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우리가 공연을 해외에 팔아본 경험도 없고, 크레디트도 없다면 풍부한 경험과 정보, 그리고 세계공연시장을 잘 아는 에이전트를 찾아서 해외시장을 두들겨보자. 그래서 찾은 회사가 뉴욕의 ‘브로드웨이 아시아’ 였다.

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아시아에 배급하고 있던 브로드웨이 아시아의 시몬 자넷이라는 여사장을 서울로 초청해서 <난타> 를 보여주고, 가능성을 설득하며 여러 차례 회의를 가진 끝에 98년 10월 브로드웨이 아시아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게 되었다.

계약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는데 하나는 브로드웨이에서 쇼닥터(공연을 수정하기 위한 연출자)를 불러 공연의 일부분을 외국관객의 시각에 맞춰 수정하자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에든버러 페스티발 이라는 세계공연축제에 참가해서 외국관객의 반응을 우선 테스트해보자는 것이었다.

이후 1년 여에 걸쳐 세 명의 외국인 쇼닥터를 서울로 불러와 작품을 수정하고, 99년 8월 한국 연극으로는 처음으로 에든버러 페스티발에 참여, 어셈블리 홀에서 <난타> 의 첫 해외공연을 갖게 되었다.

그동안 많은 공연에 배우로, 프로듀서로 참여했지만 내 연극인생에서 그때만큼 떨리고 긴장했던 적은 없었다. <난타> 가 처음으로 유럽관객들과 외국의 공연기획자들을 만나는 공연이었고, 향후 <난타> 의 세계 진출을 결정짓는 중요한 공연이었다. 객석 맨 뒤에서 손에 땀을 쥐고 공연을 지켜봤고, 배우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했다.

공연이 끝나고 객석은 박수와 환호로 가득했고, 나는 온 몸에 긴장이 빠져나가 극장 뒷벽에 기대 서 있었다. 시몬 자넷이 다가와 손을 잡으며 “<난타> 의 성공적인 세계무대 데뷔를 축하한다”는 말을 했고, 그때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무대 뒤로 뛰어가 배우들을 얼싸안고 흥분과 감격을 함께 나눴다.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PMC대표ㆍ명지대문화예술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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