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해결점을 찾지 못했거나 혹은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협상안에서 빠진 내용들도 적지 않다.
우선 쌀은 협상 시작부터 “쌀이 포함되면 FTA는 결렬된다”는 우리측의 강경 입장에 따라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농업 분야 고위급 협상 마지막날 미국이 “장관급 협상에서 쌀 문제도 제기하겠다”며 처음 거론했지만 압박용 카드일 뿐이었다.
한국이 쌀을 끝까지 내놓지 않았다면 미국은 협상 마지막까지 무역구제를 붙들었다. 미국이 경쟁력이 취약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시로 취하는 반덤핑 등 무역구제 조치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는 협상 초기부터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미국은 법률 개정 사항이라며 버텼다.
우리측은 ▦상호 합의에 의한 반덤핑 조사 중지 ▦조사 개시 전 사전통보 및 사전협의 ▦조사 당국의 추정자료 사용 제한 ▦산업 피해의 비합산 조치(산업피해 판정시 국가별 합산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것) ▦다자간 세이프가드 발동시 상호 적용 배제 등을 요구했지만 법률 개정 사항이 아닌 무역구제협력위원회 설치 정도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 간호사 등 전문 직종의 미국 시장 진출에 결정적인 전문직 비자 쿼터 문제는 협상 초기부터 우리측의 큰 관심사였지만 협상에서 별다른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 문제가 이민법 관련 사항임을 들어 미 의회와 별도의 교섭이 필요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미 FTA에서는 이를 직접 의제로 다루지 못했고 추후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협의체를 두는 형태로만 논의가 진행됐다.
서비스시장은 한국의 경우 방송ㆍ통신 등 극히 일부를 빼고는 80여개 유보 목록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관심이 컸던 전기 가스 수도 등 공공서비스는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내 교육 서비스도 초ㆍ중등 교육은 애초 논의 대상이 아니었던 데다 대학 영리법인 허용도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원격서비스 문제 정도가 논의됐지만 이 역시 현재 대부분 개방된 상태여서 이번 협상에서 교육 부문의 추가 개방은 이루어지지 않은 셈이다.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도 추후 다시 논의하는 ‘빌트인’방식으로 봉합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우리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의 원자재와 자본이 100% 한국산이며 북한에선 단순 임가공을 거쳤을 뿐인 만큼 한국산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미국은 협상 기간 내내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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