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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손톱 깎아 모멸감 주던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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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손톱 깎아 모멸감 주던 검사

입력
2007.04.03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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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그를 소환했을 때마다 앞에서 손톱을 깎았다고 했다.

일부러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손톱 조각이 그의 얼굴에 튕겨 떨어질 때마다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검사는 청와대를 표적으로 삼는 것 같았다.

제이유 그룹으로부터 뇌물이 갔다는 진술을 원했다. 그와 관련된 업체들이 압수수색의 융단폭격을 받고 있었다. 그는 피의자가 되느냐 검사의 요구에 맞추어야 하느냐 선택을 해야만 했다.

● 검사 착각하면 무고한 죄인 탄생

그는 굴복하고 타협했다. 승리한 검사는 나중에 법원에 가서도 그렇게 진술을 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검찰청 화장실에 가서 전화로 담당변호사와 상의했다. 그가 보이스 펜으로 검사의 적나라한 요구들을 녹음하지 앉았다면 제이유사건의 불법수사는 영원히 묻힐 뻔했다.

변호사인 나는 검사의 허위진술요구를 언론에 폭로한 그를 우연히 만났다. 그는 검사의 진술요구보다 손톱 조각이 얼굴에 튀어 오는데 더 큰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청와대도 이런데 정말 힘없는 사람들은 어떻겠나?"며 검찰의 불법수사를 질타했다.

이런 경우는 약과다. 한 유명범죄꾼이 이런 자랑을 했다. 공명심에 들뜬 검사에게 솔깃한 정보를 주고 몇 명의 증인만 조작하면 어느 누구도 죽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런 검찰의 끄나풀들이 수사를 좌지우지하는 경우도 봤다. 그들은 아예 검사 권력의 맛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들은 수사에 협조하는 척 하면서 뒤로 함정에 빠진 사람에게 돈을 갈취하기도 했다. 공정한 수사권과 증거재판주의가 농락당하는 광경이었다. 증거가 없을 때 범죄현장에 혐의자의 털 하나만 몰래 뿌리고 DNA검사결과 보고서를 만들면 모든 판사는 그걸 등뼈같이 여긴다는 얘기를 30년 강력계 형사로부터 고백 받은 적도 있다.

판사가 좋아하는 문서들은 컴퓨터를 사용해서 위조하면 구별하기 불가능하다고 했다. 교활한 인간의 악마성은 원색의 고문수사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얼마 전 뇌물죄로 구속된 경제부처 국장이 내게 호소했다. 그는 표적수사의 대상이 될 만한 거물이었다. 업자의 황당한 거짓진술 때문에 구치소로 오게 됐다는 것이다.

언론에 정보가 흘러 이미 자신은 파렴치범이 됐다는 것이다. 35년 동안 고교동창인 그를 지켜봤다. 답답할 만큼 정직한 모범생인 그는 행정고시에 수석합격했다. 친구들 모두 장래의 장관인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친구들 모두는 그의 겉보다 청렴한 속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결국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만신창이가 됐다. 그는 검사라면 이제 머리를 흔들었다. 보통사람은 밧줄을 뱀으로 착각을 해도 남에게 피해가 없다. 그러나 검사가 착각하면 진짜 죄인이 탄생할 수 있다.

중심 잡힌 반듯한 인간이 검사가 되어야 한다. 검사에게는 단순한 사건일지 모르지만 당사자에게는 인생의 소멸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검사는 먼저 선입견이 없어야 한다.

● 변호사가 수사 지켜보게 해야

검사가 작성하는 조서는 강한 증명력을 가지는 까닭이다. 법원은 거의 그것을 토대로 사실을 판단한다. 한번 범죄인으로 단정되면 벗어나기가 정말 힘들다. 부인하면 진실이 자칫 거짓말로 비치기도 한다.

검사가 논리적으로 작성하는 조서들은 한번 도장이 찍히면 번복할 수 없는 진실로 바뀐다. 아무리 부인해도 점점 더 늪으로 빠져 들기만 한다. 그게 판결이 되면 어떤 진실도 바꾸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중요한 건 벽에 걸어놓은 검사의 윤리강령이 아니다. 선입견이 없는 공정한 수사와 투명한 수사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변호사가 옆에서 당당하게 수사과정을 지켜보게 해야 한다.

화장실에서 연락하게 하면 안 된다. 당당하게 과정을 녹음 녹화해야 한다. 보이스 펜으로 몰래 떨면서 할 필요가 없어져야 한다. 그래야 음지에서 자라는 저급한 수사공작도 없앨 수 있다.

엄상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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