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병주가 1992년 4월 3일 71세로 별세했다. 그는 “역사의 성긴 그물이 놓쳐버린 인간군상의 삶을 소설로 쓰겠다”던 작가였다. 승자들의 기록인 역사, 문학은 역사가 빠트린 패자들의 사연과 곡절을 기록해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그의 신념은 나중에 <지리산> <산하> 등의 작품이 되었고, 그 처음을 연 장편소설이 1968년부터 2년간 씌어진 <관부연락선> 이다. 1945년을 전후한 10여년이 소설의 배경이다. 관부연락선> 산하> 지리산>
일제 강점, 해방공간의 좌ㆍ우익 이데올로기 대립, 단독정부 수립, 빨치산과 6ㆍ25가 이 시기 역사에 적힐 사실이라면 <관부연락선> 은 그 격랑에 휩쓸려 실종될 수밖에 없었던 유태림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그 시대 전형적 젊은 지식인의 비극적 삶, 꿈과 좌절을 기록한다. “운명… 그 이름 아래서만이 사람은 죽을 수 있는 것이다.” 소설 마지막 이 멋드러진 문장처럼, 많은 이병주 소설들의 주인공은 광기의 역사와 가혹한 운명 앞에 좌절하는 지식인이다. 관부연락선>
이병주는 역사와 이념과 인간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통 큰 스케일, 특유의 낭만적 세계인식과 호방한 문체로 우리 문학의 지평을 넓힌 작가였지만 이런저런 평가의 양단에 있던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 그의 전집이 사후 15년만인 지난해에야 30권으로 나온 것은 늦었더라도 참 반가웠다. 30여년 전 단행본이 드물던 시절, <관부연락선> 을 어렵게 구해 아껴가며 읽던 기억이 새롭다. 그의 소설 제목을 써서 아들 이름을 ‘산하’로 지은 친구도 있다. 이산하 군은 벌써 이십대 청년이 됐을 것이다. 관부연락선>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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