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다양한 논란과 파장을 일으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공식 개시 424일 만에 끝났다.
한미FTA 논의가 본격화한 것은 노무현대통령이 지난해 1월18일 신년연설을 통해 협상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부터다. 정부는 1주일뒤미국이 FTA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스크린쿼터축소를 전격발표하며 협상 무드 조성에 나섰고, 이어2월2일에는대외경제장관 회의를 열어 협상개시를 의결했다. 또 다음날에는 김현종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의회에서 협상의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협상 과정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미국이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열린 2차협상에서 한국의 약제가 적정화 방안을문제 삼아 마지막 날 전체 협상일정을 취소한 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이어 8월에는 미 상원의원 31명이 노 대통령에게쇠고기 수입을 즉각 재개하지 않으면 협상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성 서한을 보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일었다.
한국이귤주산지인 제주도를 4차협상장소로 택해 미국의 오렌지 시장 개방압력에 간접적으로 항의의 뜻을 나타내자,미국은 5차 협상을 쇠고기 주산지인 몬태나주 빅스카이로 정했다. 당시 바커스상원 의원은 직접 미국산 쇠고기를 시식해보이며 한국 협상단을 압박했다. 이밖에도 반덤핑 제재 완화 등 한국 측이 제시한 무역구제 관련 요구사항에도 미국은난색을 표하며 협상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올들어 양측은 미 의회가 정한 협상 시한을 앞두고 분야별 고위급 회담과 세 차례의 본 협상을 잇따라 개최하며 협상 마무리에 박차를 가했다. 그결과 이달초서울에서 열린 8차협상에서는 경쟁, 정부조달, 통관 분야 등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순조롭게 끝나는듯 했던 협상은 미국측이 지난 5, 6일 워싱턴에서 열린 농업분야 고위급 회담에서 뼛조각이 든 쇠고기의 수입 허용을 요구하면서 다시 난관에봉착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정치권과 농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쌀개방문제에 대한 반대 여론이 더욱 비등했다. 양국이지난26일부터통상장관급회담을 열어 막바지 절충에 들어가고, 29일에는 노대통령과 조지W 부시미대통령 이전화 회담을 통해“최대한 유연하게 협상한다”는데 합의하면서 분위기는 타결쪽으로 기울어갔다. 그러나 미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가 끝난 31일 오전7시까지 양국은쇠고기, 자동차등 핵심분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을 타결짓지 못했고, 결국협상기한을 48시간 연장해야 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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