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위원회는 서울대를 세계의 대학으로 발전시키고, 국가의 성장 동력원 역할을 하게 하기 위해 교수평가ㆍ승진제도의 국제화, 보수체계 차등화를 통한 연봉제, 국제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 학생 선발제도의 자율화 등 국제적 기준을 확립하고 추구하게 되였다.
계획의 하나하나가 혁신적 안들이었으나, 유독 학생선발 자율화만 정부의 3불정책에 대한 반대로 비춰져 부담스러웠다. 주어진 기회에 공교육에 대한 개인적 소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 하향평준화가 공교육 부실 초래
산업화시대에는 대학이 좋은 교육을 하는 것만으로도 역할을 다하였다고 할 수 있으나, 현 지식정보화사회에서는 대학이 교육 외에 독창적인 연구를 통한 새로운 지식의 창출을 하여야 한다.
이는 바로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지식의 창출은 개인의 창의적 재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교육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 학생선발제도로는 대학들이 세계의 유명대학과 지식 창출에 관한 경쟁을 하기가 어렵다.
공부는 인생의 중요 과정이므로 청소년이 이러한 극기의 과정을 잘 이겨 낼 수 있도록 기성세대는 이끌어 주어야 한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난 개인의 능력차에 의한 결과를 평가에 반영하여 학생들에게 인식토록 하는 것이 또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교육이다. 그런데 교육의 속성을 무시한, 우리만의 교육 평등주의와 이에 영합한 정치인의 무책임한 사회균등 정책이 학생들의 향학 의욕을 감퇴시켰다.
교육당국의 획일적인 정책 수행이 합작되어 학생의 하향평준화 뿐만 아니라 교사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왔기에 공교육이 부실화 되었고, 교육의 양극화를 부추겨 왔다.
잘하거나 못하는 교사를 평가하고 구분하는 제도가 없는 공교육인데, 누가 신바람 나게 학생을 가르치려고 하겠는가. 저소득층의 자녀들은 제대로 된 공교육조차도 받을 수 없게 되었기에, 이 정책의 최대 피해계층은 저소득층이다.
사교육의 번창은 공교육의 부실화 때문이라는 것을 자녀를 가진 모든 국민들은 알고 있지만, 대중적 인기에 연연한 사람들만이 이를 모르는 체 하고 있다. 그런 분들의 자녀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알고 싶을 정도이다.
● 질적 변화로 인재 양성해야
아무리 가정이 어렵더라도 믿을 자식이 있으면 부모는 어려움을 감내할 수 있는 것처럼, 현재 우리가 뒤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인재양성 제도만 있다면 내일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평등주의에 기초한 왜곡된 공교육만으로는 우리의 미래가 어려워진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정 학문 또는 특정 대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보람 있는 인생을 보낼 수 있다는 의식의 변화와 함께, 공교육의 다양한 질적 변화를 통해 우수한 인재양성에 심혈을 기울여, 저출산ㆍ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범국가적 지혜가 필요하다.
대중 인기 영합적 정책이야 말로 국가경쟁력을 저해해 왔다. 공교육이 빚어낸 이 교육위기를 헤쳐 나갈 지혜를 가진 지도자가 누구인지 국민과 함께 유념하고자 한다.
장호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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