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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예금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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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예금이 흔들린다

입력
2007.04.03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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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은 8개월 동안 1억원을 예치하고 194만원의 이자를 손해봤습니다.'

HSBC의 무점포 은행인 'HSBC다이렉트'가 진행 중인 금리 비교 행사. 시중은행의 수시 입출금 용도의 보통예금의 금리는 연 0.1%. 1억원을 8개월 동안 넣어둬 봐야 고작 손에 쥐는 이자는 5만원 정도인데, 이 회사가 내놓은 연 3.5%짜리 저축예금에 가입하면 이자가 199만원이나 된다는 것이다. 이런 거액을 보통예금에 장기간 넣어둘 고객은 없을 테니 과장이 섞여 있긴 하지만,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다.

은행 거래 고객이라면 누구나 1~2개씩은 갖고 있는 보통예금 통장. 연 0.1%라는 사실상 제로에 다름없는 금리로 은행들이 가만히 앉아서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그 아성이 위협받고 있다.

증권사 지급결제 허용을 놓고 은행권과 맞서고 있는 증권업계는 "은행들이 보통예금에 0.1% 이자를 주고 6% 이상으로 자금을 굴리며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무점포 은행(연 3.5%)이나 저축은행(연 5.0%)은 파격적 금리의 보통예금을 내놓아 기존 은행 보통예금을 위협하고 있다.

보통예금, 저축예금, 기업자유예금, 별단예금 등 0.1% 안팎의 금리로 은행이 사실상 '무이자 차입금'으로 활용하고 있는 저비용 예금 규모는 작년 말 현재 4대 시중은행만 100조원에 달한다.

국민은행 39조4,000억원, 신한은행 27조7,000억원, 우리은행 21조4,000억원, 하나은행 11조5,000억원 등이다. 증권업계의 주장대로 이 돈을 고스란히 연 6%대 이상 금리의 대출 등으로 운용한다면, 4개 은행에서만 저비용 예금의 운용을 통한 예대 마진이 6조원 이상에 달한다. 이들 은행의 지난해 1년 순익(6조8,037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손사래를 친다. 언제 찾아 쓸지 모르는, 언제 신용카드 결제 대금 등으로 빠져 나갈지 모르는 요구불예금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지급준비율이 정기예ㆍ적금(2%)에 비해 높은 7%로 100만원 예치 시 7만원을 지급준비금으로 쌓아 두어야 하기 때문에 운용 규모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상 지급결제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운용에 따른 인프라 구축 등 추가 비용도 적지 않다.

맞는 얘기지만, 다소 엄살도 있다. 한 시중은행 상품개발부 관계자는 "그래도 일정 수준의 평잔(평균 잔액)을 유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자금 운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은행들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했다.

월급 통장 기능을 갖춘 연 4.0%대 금리의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또 저축은행 등 다른 업권의 고금리 보통예금으로 고객들의 이탈도 늘어나는 추세지만, 은행 보통예금의 가장 큰 무기인 '편의성'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폭 넓은 지점망과 인터넷망을 토대로 한 입출금과 각종 대금 자동이체 등의 편리함은 아직까지 다른 상품들이 따라잡을 수 없다. 여기에 은행들은 보통예금 계좌를 보유한 고객들에게 대출금리 감면, 자동화기기 수수료 면제, 적금 금리 프리미엄 등 부가서비스를 얹어주고 있다.

하지만 주변의 공세가 지속된다면, 보통예금의 아성도 조금씩 허물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더 이상 0.1% 금리만으로 고객들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은 하고 있습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은행권의 대체 상품이나 부가서비스 확대, 혹은 금리 인상 등 다양한 전략이 동원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신한은행 개인고객부 관계자)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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