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소위 3불(不)정책이란 것이 없습니다. 각 대학은 스스로 정한 기준에 따라 자유롭게 학생을 선발하고, 고등학교의 학력 차이도 인정합니다."
서울 무교동의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서 만난 마리우스 그리니우스(57) 캐나다 대사는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등 3불정책 논쟁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자국의 교육 시스템에 관해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리니우스 대사는 "우리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총괄하는 한국과 달리 지방자치단체가 교육정책에 대한 책임을 진다"며 "지역적 필요에 따라 각 자치단체가 독자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100년 이상 교육의 지방 분권화를 추진한 덕분에 모든 대학은 학생 선발에 관한 상당한 자율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이 캐나다로 유학을 가는 현상에 대해 그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자신했다. 가장 큰 이유로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교육의 높은 질적 수준을 꼽았다.
"캐나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인당 교육부문 정부지출이 가장 많고, 어떤 학교를 나와도 미국이나 영연방 국가 출신들과 같이 우수하게 평가됩니다." 또 저렴한 학비와 깨끗한 자연환경, 낮은 범죄율, 의료서비스 등 선진화한 사회구조가 한국 유학생에게 매력적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래선지 한국 유학생은 현재 약 5만명으로 국가별 순위로는 1위다.
2004년 8월 한국에 부임한 그는 지금까지 숱한 한국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캐나다 유학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가 믿을 만하다고 알려주는 유학관련 정보 제공처는 캐나다대학연합(www.aucc.ca)과 캐나다학교 목록(www.cicic.ca), 주한 캐나다 대사관(www.korea.gc.ca)의 유학코너 등 3곳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에 밀려 관심을 끌지는 못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한ㆍ캐나다 FTA 협상에 대해 그리니우스 대사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올해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양측은 실속 있는 FTA 협상을 위해 매우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으며 협상을 여유있게 진행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1년 6개월 전에 시작된 협상은 지난달 밴쿠버에서 열린 9차 협상에 이어 4월중 10차 협상으로 이어진다.
주북한 대사를 겸하고 있는 그리니우스 대사는 지난해 11월 중순 북한에 1주일간 머물면서 북한 당국에 "캐나다는 6자회담을 지지하며 핵 비확산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비핵화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2차대전 직후 핵무기를 만들어 제3국에 넘길 기술을 갖고 있었으나 핵 보유국이 되는 것을 포기한 바 있다. 그는 "북한 당국자들이 주의 깊게 내 말을 들었다"며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6자회담에 복귀했으니 의미있는 방문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리니우스 대사는 캐나다의 경제적 잠재력과 관련, "한국인들이 캐나다를 오로지 광활한 대지와 황야로만 보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우주 및 통신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최첨단 기술 국가"라고 강조했다. "한국 사람들이 잘 모르는 캐나다 최첨단 기술들이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우주정거장의 로봇 팔, 휴대용 컴퓨터인 블랙베리, 어느 노트북에나 붙어있는 스티커인 ATI 기술이 모두 캐나다 것입니다."
나아가 그리니우스 대사는 "한국인들은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자랑하지만 캐나다인들은 삼성, LG, 현대자동차 덕분에 한국을 주로 휴대폰과 자동차로 무장된 기술의 나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서로에 대해 갖고 있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한 캐나다 대사관은 7,8월께 정동 러시아대사관 근처로 이사할 예정이며 대사관 이전을 기념해 마련하는 다양한 문화, 학술, 무역 행사에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이 인터뷰는 코리아타임스와 함께 게재됩니다.
윤원섭 코리아타임스 기자 yoonwonsup@koreatimes.co.kr사진=심현철 기자 shim@korea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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