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정책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저하되었다고, 대학 총장님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한 명의 인재가 만 명의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시대인데, 평준화로 인해 수재가 범재로 길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해서, 그 학습능력이 저하된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총장님들께 감히 한 말씀 드리고 싶다. 평준화가 우리 세대에게 가르쳐준 것은 나름, 겸손의 미덕이었다.
평준화 제도를 만든 사람이 그것을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우리는 그 제도 아래에서 차이라는 것을 배웠고, 그 차이를 바탕으로 각자의 정체성에 대해 하나 둘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고민은 한 명의 인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리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 고민의 바탕에서부터 만 명을 먹여 살리는 한 명의 인재가 태어나기 때문이다(그런 고민이 없는 인재는 자신이 먹고 사는 일에만 열중한다). 어쩌면 지금 더 시급한 일은 평준화를 보다 근본적으로 확립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근본적이지 못한 평준화가, 그러니까 허울 좋은 특목고나 비공식적인 우열반들이, 아이들의 차이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생각. 타인과 자신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인재들이 교육자가 되면,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부터 원망하게 된다. 대학 총장님들께서 겪은, 비평준화 시대의 폐단이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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