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 보험사의 건강보험에 가입한 김모(40ㆍ여)씨. 얼마 전 아버지가 갑자기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급하게 300만원 정도가 필요했다.
김씨는 고민 끝에 보험을 해약하기로 마음 먹고 보험사를 찾았다가 직원으로부터 뜻밖의 해결책을 들었다. 보험을 해약하지 않고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2002년부터 매달 6만4,000원, 총 435만원의 보험료를 납입한 김씨는 이날 보험사에서 284만원을 대출받았다.
흔히 급전이 필요하면 은행의 신용대출이나 신용카드사의 현금서비스를 우선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을 눈여겨볼 만하다. 절차가 간단한 데다 현금서비스(연 20%)나 은행 신용대출(연 8~12%)에 비해 금리도 훨씬 싸기 때문이다.
●어떤 장점 있나
보험계약대출은 쉽게 말해 자신이 낸 보험계약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보험에는 납입한 보험료를 기준으로 중도해약 시 환급 받을 수 있는 돈이 있는데 이 해약환급금의 70~95%까지 빌려주는 게 보험계약대출이다. 거의 모든 생보사 상품과 손보사의 장기보험 상품은 보험계약대출이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보험상품마다 다르지만 금리도 높지 않은 편이다. 예를 들어 대한생명의 경우, 보험상품이 금리 확정형이면 예정이율 5% 이하 상품의 대출금리는 ‘예정이율+2.5%’, 5% 초과~7% 이하는 9.5%이며 금리 변동형 상품은 ‘적용이율+1.5%’이다.
특히 기존에 붓고 있던 보험은 대출금을 빼지 않고 전체 액수에 대해 이자가 쌓이기 때문에 실제 내는 이자는 훨씬 낮다. 가령 현재 해약환급금이 1,000만원이고 적용이율이 연 4.5%인 변동금리 상품에서 900만원을 대출 받는다면, 대출 이자는 연 6%(적용이율+1.5%포인트), 54만원이지만 기존 보험에 대한 이자가 1,000만원에 대해 연 4.5%(45만원)씩 그대로 쌓이기 때문에 실제 내는 이자는 9만원, 연 1% 수준이 된다.
이 같은 장점을 반영하듯 지난해 보험계약대출은 크게 늘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2005년말 21조5,840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23조4,010억원으로 8.4%(1조8,170억원)나 급증했다.
한편, 변액연금이나 변액유니버셜보험은 해약환급금의 50~60% 이내에서 1년에 4~12회 정도를 수시로 입ㆍ출금 할 수 있다. 그러나 중도에 인출하면 운용할 수 있는 보험료 규모가 작아져 수익률이 그만큼 줄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어떻게 받나
보험계약대출은 해약환급금이 발생하는 시점부터 가능하고 회사와 상품마다 대출 비율과 한도, 금리가 다르므로 일단 보험사에 문의해 보는 게 좋다.
계약자가 보험사 객장을 직접 방문할 때는 신분증만 소지하면 된다. 콜센터나 자동응답전화(ARS),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해도 간편하게 대출 받을 수 있다. 대출가능금액을 조회한 뒤 가능 범위 안에서 신청하면 즉시 본인의 통장으로 입금된다.
일부 대형 보험사가 발행하는 보험카드를 이용해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의 자동입출금기로 대출금을 바로 뽑을 수 있다. 보험카드는 보험사 고객센터를 방문해 비밀번호만 등록하면 발급된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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