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1의 경제 대국인 미국과의 전면적 시장 통합의 신호탄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은 대부분 한국경제 재도약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본보가 2일 경제ㆍ사회ㆍ문화 등 각계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0%가 ‘적절한 손익 균형 이상’의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협상결과에 대한 전반적 평가’를 묻는 질문에 50명 가운데 27명이 ‘한미 모두가 적절한 손익의 균형을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우리 측에 매우 유리하게 됐다’는 평가와 ‘우리 측에 다소 유리하게 됐다’는 평가도 각각 3명과 5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50명 가운데 35명(70%)이 협상 결과에 대해 ‘손익 균형 이상’의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국회 비준 여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50명 가운데 34명(68%)이 ‘비준이 이뤄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비준이 거부돼야 한다’는 견해는 11명(22.0%)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협상 결과에 대해 평균 69.4점을 부여했는데, 문화ㆍ환경ㆍ노동 등 사회 분야 전문가들이 비교적 낮은 점수를 준 반면 경제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각 분야별로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크게 엇갈렸다. 산업별 명암이 크게 엇갈리면서 향후 험난한 구조조정의 파고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50명 전문가들의 해당 분야별 협상결과에 대한 평가를 종합한 결과, 방송은 10점 만점에 4.2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김영찬 한국외대 언론학부 교수는 “FTA 발효로 케이블TV 콘텐츠 시장이 사실상 전면 개방되면 국내 콘텐츠 생산 기반과 유통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역구제(5.0점), 지적재산권(5.3점), 농업(5.9점) 역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저작권 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하면 로열티가 연간 100억~200억원 추가 지출돼 영세 출판사들의 생존 기반이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 FTA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농업 분야는 “예상보다 방어를 잘해 그나마 다행”이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그래도 FTA의 최대 피해자”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통신(8.3점), 자동차ㆍ금융(각 7.8점) 등의 분야는 협상을 가장 잘 한 분야로 꼽혔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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