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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최종 협상/ 자동차·섬유 '긍정 효과' 농업·의약엔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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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최종 협상/ 자동차·섬유 '긍정 효과' 농업·의약엔 '직격탄'

입력
2007.04.03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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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의존도가 70%에 달하는 한국으로서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경쟁 가열과 산업구조 재편이라는 격랑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시장 접근 확대를 공세적으로 활용하고, 국내시장에서 미국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산업과 기업은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수입 증대로 국내 기반이 약화할 가능성이 높은 산업은 부가가치 고도화에 실패할 경우 시장에서 도태할 수 밖에 없다.

국내산업의 득과 실

FTA가 체결되면 한국 산업은 미국 시장을 얻게 되는 대신 국내 시장을 내줘야 한다. 미국 시장 규모는 일본과 중국,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전체를 합친 것과 맞먹는 1조7,300억 달러에 달한다. 전세계 수입 가운데 21.8%를 소화하고 있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80% 이상 교역품의 관세가 철폐되거나 낮아지기 때문에 세계 최대 시장에 대한 가격경쟁력 장애 요인은 걷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가격 경쟁력 제고 효과 보다 한국의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 데 더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 김도훈 선임연구위원은 “FTA를 잘 활용하면 기존 주력산업은 고부가가치화로 세계 일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동시에 신성장산업, 지식서비스업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FTA로 인한 득(得)은 멀고 간접적인 반면, 실(失)은 가깝고 직접적이다. 당장 값싸고 질 좋은 미국산 제품이 몰려들면 매출이 줄고 문 닫는 기업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18년까지는 수입이 더 늘어나 무역수지가 42억~51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연구원 정재화 FTA팀장은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지금으로선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정답인 것 같다”며 “분명한 것은 FTA를 안 하면 한국 경제가 서서히 내려 앉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산업

미국에 대해 비교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자동차, LCD(액정화면) 모니터ㆍ디지털 TV 등 전자ㆍ통신, 섬유와 의류 등은 관세 철폐 및 인하 효과를 직접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만큼 미국 시장에서 더 싸게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는 승용차 2.5%, 트럭 25%의 관세가 제거된다. 한국은 미국에 71만대를 수출했다. 반면 자동차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하고 있는 미국은 한국에 5,500대만 수출했을 뿐이다. 시장의 담장을 무너뜨릴수록 한국이 유리한 셈이다.

섬유는 긍정적 효과가 가장 클 전망이다. 미국으로의 수출품과 수입품이 거의 중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주로 중저가 범용품을 대량 수출하는 반면, 수입품은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일부 고가품이다. 특히 섬유는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현재 10.9%에 달하는 등 한국의 대미 주력 수출품 가운데 관세율이 가장 높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리고 있는 섬유 업종으로서는 도약의 기회가 생긴 셈이다.

위기에 내몰릴 산업

절대적인 비교열위 분야인 농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현재 중국산 농산물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지만, 미국 농산물의 국내 시장 점유율도 여전히 18.5%에 달한다. 특히 수입 비중이 높은 축산물(19.3%), 과실(111.0%), 채소(9.6%) 등에 집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제조업 중에서는 의약, 음식료, 정밀기계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음식료는 미국이 저렴한 자국산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경쟁력 열위 상태에 있고, 신약의 특허기간 연장 등으로 국내 제약업체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한국의 부품ㆍ소재 산업의 취약한 경쟁력 때문에 반도체 제조장비나 의료용 기기와 같은 정밀기계 산업 역시 시장의 상당 부분을 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방송 등 문화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비율이 더 줄어들고, 공중파 TV의 외국 제작물 방영이 늘어날 경우 문화산업도 미국 콘텐츠와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한다. 아울러 제조업에 비해 대미 경쟁력이 훨씬 취약한 대부분의 서비스 분야는 해외기업의 국내 진출 확대로 구조조정이 촉발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김도훈 선임연구위원은 “한미 FTA로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산업도 미국의 원천기술과 서비스 노하우를 배운다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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