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1일 재선 임기를 2년쯤 남겨 놓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6년전 백악관을 떠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정책을 닮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행정부가 집권 초기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의 정책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면서 클린턴식 정책을 결코 답습하지 않겠다는 뜻의 ‘ABC(Anything But Clinton) 정책’이라는 표현까지 생겨나게 한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변화는 특기할만하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북한 핵 및 중동문제에 있어서 부시 대통령의 최근 정책은 클린턴 시대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북핵 관련 ‘2ㆍ13 합의’는 이러한 변화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지난 주 중동을 순방하면서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문제에 대한 해결의지를 내비치면서 중동특사 임명 가능성을 거론한 것도 그 동안 부시 행정부내에서 논의되기 어려웠던 사안들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부시 행정부가 이러한 변화를 보인 배경과 관련, 뉴욕타임스는 신보수주의(네오콘) 세력의 퇴조에 따라 라이스 장관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과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정책의 실패와 민주당의 의회장악에 따른 세력판도 변화가 촉발시킨 불가피한 정책 선회라는 해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라이스 장관은 온건 아랍진영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지만 그 동안 강경파에 밀려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뉴욕타임스는 다만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클린턴 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부시 1기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의 정책으로 복귀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파월 장관 밑에서 중동문제 보좌관으로 일했던 우드로 윌슨 센터의 아런 데이비드 밀러는 “클린턴 전 대통령은 중동문제 해결을 개인의 업적으로 남기려 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다르다”면서 “라이스 장관이 따라하는 것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니라 파월 전 장관의 외교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