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이 국내증시에 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한미 FTA 체결이 특허권 보호가 강화되는 제약 등 일부 업종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되겠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정보기술(IT), 철강 등 국내 주력산업에는 호재로 작용해 증시 전체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서명석 동양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미 FTA 체결은 기업들의 영업환경 개선 효과는 물론, 미국이라는 큰 시장과의 제휴라는 측면에서 국내 증시의 대외 신인도 제고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도 “한미 FTA는 자유경쟁과 대외교역 확대를 통한 한국경제의 재도약 기회라는 점에서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업종별로는 대미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 IT, 섬유 업종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음식료 업종도 FTA 타결로 20~50%에 이르는 원자재 수입 관세가 낮아져 원가 절감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됐다. 관세 인하로 인해 미국산 분유와 주스 등의 수입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는 있지만, 가격요인에 따라 먹을 거리를 쉽게 바꾸지 않는 소비자들의 습성을 감안하면 완제품 수입으로 인한 피해보다는 원재료 가격 인하에 따른 이익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또 한미 FTA가 단순히 대미 상품교역 뿐 아니라 경제 전 부문에 걸쳐 일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한미 FTA는 지금까지 체결된 FTA 가운데 가장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어, 그 파급효과를 계량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다만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시장 논리의 강화, 자본이동을 가로막아온 규제의 완화 등은 증시 전체에 포괄적 호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또 “국내 서비스업 개방에 따라 미국 업체들이 국내시장 진출을 위해 기존 업체를 인수ㆍ합병하거나, 국내업체들이 외국자본에 대응해 자발적으로 인수ㆍ합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미 FTA 체결이 당장 국내증시의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투자심리 호전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FTA의 실제 발효까지는 양국 의회의 비준 등 험난한 과정이 남아있는 데다, FTA가 기업의 실적개선으로 가시화되는 데도 비교적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미 FTA 타결의 증시에 대한 영향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며 “다음 주부터는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이 주가 흐름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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