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14개월이나 진행돼왔지만 아직도 국민들의 이해도는 높지 않다. 체결 이후 우리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편이다. 구체적인 협상 진행 상황을 알기 어렵고 일부 쟁점이 된 사안에 대해서만 논의가 활발했던 탓도 있다. 한미 FTA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본다.
-FTA란 무엇이고 왜 하려는 건가.
“Free Trade Agreement(자유무역협정)의 줄임말이다. 국가 간 무역 장벽을 없애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려는 것이다.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낮추거나 없애는 것과 함께 갖가지 수출입 제도 측면의 장벽도 허물게 된다. FTA가 세계적인 추세가 된 상황에서 수출 지향적인 우리나라로서는 적극적인 FTA 체결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시장과,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들에 앞서 FTA를 체결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값싼 미국산 식품들이 쏟아져 들어오나.
“업종, 품목별로 상황이 다르다. 가령 오렌지의 경우 현재 50%의 수입 관세를 즉시 철폐할지, 단계적으로 낮출지에 따라 미국산 수입품의 공세 수위가 정해진다. 쇠고기는 40%인 관세 철폐나 인하 여부는 물론, 한미가 첨예하게 맞선 검역 문제가 걸려 있어 문제가 더 복잡하다. ‘LA갈비’도 뼈 있는 쇠고기 문제가 풀려야 들어올 수 있다. 그래도 시간 차이는 있겠지만 미국산 식품 수입가가 점차 낮아져 수입이 증가하리라는 예상은 가능하다. 다른 외국산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낮은 관세로 들어온다면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는 호주, 뉴질랜드산 쇠고기 가격도 함께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한우 역시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먹는 것이야 싸지겠지만 우리 농가는 피해가 클 텐데.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들어오면 축산 농가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특히 뼈 있는 쇠고기까지 수입된다면 갈수록 시골에서 소 구경하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오렌지는 감귤의 대체재 성격이 있어 값싼 미국산 오렌지가 식탁을 점령할 경우 감귤은 소비 감소→농가 폐업→가격 상승→소비 감소의 악순환을 통해 점차 서민들에게서 멀어질 수 있다. 이 밖에도 경쟁력이 부족한 많은 농업 분야에서 폐업과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예상된다.”
-미국산 자동차는 얼마나 싸지나. 많이 팔릴까.
“미국산 자동차는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오며 8%의 관세를 문다. 관세가 완전 철폐되면 특소세 부가세 등 관련 세금까지 낮아져 10% 가량의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한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국내에서 GM 등 미국산이 유럽이나 일본 자동차에 비해 고전을 하고 있어 판매가 단기간에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또 미국에서 생산되는 일본차들의 가격경쟁력 제고로 국내로 우회 수입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전제품 쪽은 어떤가.
“국내 주요 기업들의 경쟁력이 상당해 미국 업체들의 국내 시장 확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탁기(월풀) 등 가전제품의 국내 수입 관세는 대부분 8% 가량인데, 관세 인하나 철폐로 가격이 떨어져도 사후 서비스 문제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형 가전제품보다는 스피커, 영상기록매체, 전구ㆍ조명기기 등에서 수입이 늘어날 수 있다.”
-그 밖에 또 어떤 생활변화가 예상되나.
“우리 화물이 미국의 공항이나 항만에 머무는 시간이 종전 최장 5일에 달했으나 통관 분야 합의를 통해 48시간 이내로 규정, 미국 현지 통관절차가 한결 신속해진다. 특히 특급화물의 경우 통관 서류를 최소화하고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원칙적으로 통관서류 제출 후 4시간 이내에 반출을 허용키로 했다. 또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강화될 것으로 알려져 FTA 체결 후 온라인 상 불법 복제물에 대한 정부의 단속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정적인 변화도 적잖을 텐데.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의약품 같은 것도 그 중 하나다. 미국 업체들의 신약 특허권에 대한 보장을 강화해줄 경우 국내 업체들의 복제약 판매가 위축되고 상대적으로 비싼 신약을 써야 해 소비자 부담 증가할 수 있다.”
-문화생활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극장에서 한국 영화 보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거라는 우려가 있다. 스크린쿼터 ‘현행유보’ 인정 여부 때문이다. 이를 인정하면 앞으로 한국영화 점유율이 떨어지는 상황이 와도 정부는 지난해 절반으로 줄어든 스크린쿼터를 다시 늘릴 수 없다. 협상 결과에 따라 안방에서 CNN 한국어 방송을 시청할 수도 있는데, 이는 국내 여론 형성 기능을 미국에 내준다는 측면 때문에 논란이다. 미국측이 국내 프로그램 의무편성 비율을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이를 받아들일 경우 방송에서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접하는 일이 늘어날 수 있다. 이와 함께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업체(PP)의 외국인 지분제한 철폐 요구 등도 대미 문화종속, 방송주권 차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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