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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낚시꾼 활개…덥석 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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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낚시꾼 활개…덥석 물지 마세요

입력
2007.03.3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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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김규연(22)씨는 며칠 전 남자친구에게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극장에 온 김씨는 “이번엔 내가 영화를 보여 주겠다”며 매표소에 ‘무료 영화카드’를 자랑스럽게 제시했다. 그런데 직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이 카드로는 영화를 볼 수 없다”고 했고, 결국 남자친구가 지갑을 열었다. 순간 김씨는 열흘 전 일을 떠올리며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김씨는 열흘 전 서울 대학로를 걷다가 ‘문화포털 사이트’ 직원이라며 접근한 남성을 만났다. 그는 “당신은 선택 받았다. 오늘은 400명의 여성에게만 혜택을 준다. 2만원만 내면 6개월 동안 영화와 연극을 공짜로 볼 수 있다”며 회원 가입을 권유했다.

귀가 솔깃해진 김씨는 휴대폰 번호와 이름을 적은 뒤 그 자리에서 2만원을 내고 멤버십 카드를 받았다. 하지만 극장을 찾았다가 망신을 당한 김씨가 알아본 결과, 이 카드는 영화 시사회만 참석한 가능했다. 더욱이 시사회 영화도 당첨이 돼야만 볼 수 있었다. 김씨는 “노상 강도에게 끌려가 돈을 빼앗긴 느낌”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무료 영화ㆍ연극 감상’을 미끼로 거리에서 젊은 여성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길거리 낚시꾼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서울 강남역과 압구정동, 명동, 대학로, 홍대 입구, 신촌, 성신여대 부근 등 주로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에서 1만~2만원만 내면 영화나 연극을 공짜로 볼 수 있는 것처럼 속여 마구잡이로 회원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들 낚시꾼의 타깃은 영화나 연극감상을 즐기는 여대생과 20대 직장인 여성들이다. 이들은 길거리에서 무조건 젊은 여성들을 붙잡고는 온갖 감언이설로 ‘문화포털 사이트’, ‘공연이벤트 사이트’ 등에 가입시킨다. 하지만 무료 감상 혜택은 전혀 없을 뿐더러, 회원들이 항의하면 ‘소비자들이 내용을 잘 모르고 가입한 것’이라며 오히려 가입 여성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다.

이달 초 서울 성신여대 앞에서 ‘무료포털 사이트’ 회원으로 가입한 여대생 정모(19)씨는 “홍보 직원들은 ‘공짜’라는 점을 강조하며 가입자 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하다”며 “대학 신입생들이 많이 가입하고 있지만 애초 선전한 혜택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여대생 노모(20ㆍ여)씨도 최근 서울 압구정동에서 2만원을 내고 발급 받은 카드만 생각하면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홍보 직원 설명과는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회사 홈페이지에서 회원 인증을 받으려고 했으나 인증 절차가 복잡해 엄청 고생을 한데다 공짜로 볼 수 있는 영화라고는 시사회 뿐이었다. 노씨는 “누가 무료 시사회를 돈 내고 회원 가입해서 보려고 하겠느냐”며 혀를 찼다.

문화이벤트 업체들은 홍보 직원들이 간혹 과장된 설명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홍보 활동은 무료 문화행사 정보를 폭 넓게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회원 인증과 시사회 신청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사기를 당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해명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이경진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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