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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교육정책, 무엇을 고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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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교육정책, 무엇을 고칠 것인가

입력
2007.03.3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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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삼불제 문제를 놓고 국론이 엇갈리고 있다. 이 문제는 그 파장이 매우 클 수 있다는 우려에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삼불정책이 폐지되면 평준화정책도 무너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입시과외열풍은 초등학교부터 시작될 것이 빤한 일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30여 년 전에 결단을 내려 중등교육을 평준화시킨 것은 이런 병폐를 막기 위해서였는데 지금 이 제도를 버려도 될 것인가.

● 삼불 폐지보다 평준화를 제대로

교육은 국민잠재력 개발이 그 기본목적인 만큼 교육기회 제공에 있어 후천적 개발정도 뿐 아니라 개발되지 못한 잠재력도 동등하게 배려해야 한다.

타고난 잠재력은 우수하지만 집안형편이 어려워 수능성적이 나쁜 시골학생과 타고난 잠재력은 낮지만 성장환경이 좋아 수능성적이 좋은 서울학생이 있다고 할 때, 국민교육은 이 두 학생을 같은 비중으로 배려하여야 한다.

선천적 잠재력을 나타내는 유전자의 우열은 지역 간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므로 지역 배정으로 뽑은 학생들의 고교별 수능성적 차는 후천적 환경차이 때문이다.

타고난 잠재력을 재는 데 있어서는 학교별 차별이 있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수능성적은 후천적개발도를 그리고, 내신등급은 선천적 잠재력을 반영하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교육은 중ㆍ고교 차등화, 사교육비문제, 교육의 경쟁력 위기 등 많은 문제에 당면해 있다. 이런 문제들은 대부분 평준화제도 때문이 아니라 평준화제도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해야 할 일은 평준화를 제대로 하는 개혁조치이며 이것이 안 된다면 그 때 평준화 자체를 폐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지역 간 중ㆍ고교의 학교별 격차는 폐쇄적 학군제에 의한 지역별 배정제 때문이다. 부유한 동네의 학교는 좋아지고 그 학교는 그 곳에 사는 사람만 들어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중ㆍ고교의 서열이 생기게 되고 나아가 계층 간 갈등과 특정지역의 부동산투기까지 불러 오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폐쇄적인 학생선발제도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좋은 학교는 부자동네에 있는 경우가 많지만 입학자격은 온 나라에 개방되어 있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전국적인, 또는 서울만이라도 단일학군 추첨제로 가야 한다.

둘째, 교육의 경쟁력이 없는 문제인데 이것은 대학교육에 대한 것이지 평준화가 시행되는 중등교육에 대한 것이 아니다. 중등교육은 결코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세계 학력 경시대회에서 우리 중ㆍ고등학생들이 매년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사실로도 입증된다. 사교육 때문에 공교육이 황폐화되는 것이 문제인데 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문제는 대학의 경쟁력이 60개국중 최하위권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대학이 학생들을 잘못 뽑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대학재정의 빈곤, 대학교육의 폐쇄성 등으로 대학이 잘못 가르쳐서 생기는 문제다. 3불정책이나 평준화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 뽑은 학생을 대학에서 잘 가르치도록 하는 대학교육의 경쟁력 강화대책을 세워야 한다.

● 수능 중심 대입제도가 큰 문제

셋째, 평준화를 스스로 무력화시키고 공교육 황폐화와 교육경쟁력 약화를 유발하는 것은 수능 중심의 대학입시제도다. 수능 중심으로 선발하게 되면 중ㆍ고교 등급화와 공교육 소외는 불가피한 것이다.

더구나 학업능력에서 수능성적보다 내신 성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여러 대학에서 이미 검증을 마친 사실이다. 예컨대 서강대의 조사결과 대학성적과 수능성적과의 상관관계는 0.04인 반면 내신성적과는 0.35로 나타났다.

이런 점에서 대학입시는 상대평가에 의한 내신성적의 실질반영률을 50% 이상으로 하고 나머지는 완전히 대학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신 반영에 있어 학교마다 수능성적에 차가 있다고 고교등급화를 해서는 안 된다. 내신성적은 타고난 잠재력을 반영하는 지표로서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朴昇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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