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최종 타결되더라도 국회 비준을 받으려면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비준안 처리에 시한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한ㆍ칠레 FTA의 경우 양국간 서명에서 국회 비준 요청까지 4개월이 걸렸다.
따라서 한미 FTA 협상이 금명간 타결될 경우 6월말까지 양국 정상이나 통상장관의 서명이 이뤄지고, 9월 정기국회 때 정부가 국회에 비준 동의안 처리를 요청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각 정파는 자동차 쇠고기 무역구제 개성공단 방송 금융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득실이 드러난 뒤 입장을 명확히 할 것으로 보인다.
대체적으론 2005년 11월 세계무역기구(WTO)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동의안이 숱한 논란에도 무난히 처리된 사례를 들어 낙관론을 펼치는 견해가 많다.
당시 비준동의안은 223명이 표결해 참여해 찬성 139, 반대 61, 기권 23표로 가결됐다. 한나라당 표결 참석 의원 99명 중 69명이 반대 내지 기권을 했지만 여당이었던 우리당 의원 118명 중 107명이 찬성표를 던져 압도적 차이로 통과가 가능했다.
그러나 한ㆍ미 FTA의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훨씬 큰 데다 우리당이 여당이 아니라는 점에서 당시와의 단순 비교는 무리다.
한나라당과 우리당에서 원칙적 찬성론이 지도부를 중심으로 나오지만 개별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9월은 대선 정국이 본 궤도에 오르는 시기여서 ‘국익’보다 ‘표 계산’이 우선할 가능성도 높다.
최근 각종 조사 등을 토대로 분석해보면 재적 의원 296명(과반 148명) 중 한미 FTA에 찬성하는 의원은 40% 가량으로 반대하는 의원(30% 가량)보다 약간 많은 편이다.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 의원도 30% 가량에 이른다.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는 60% 이상이 FTA에 대해 우호적 의견을 피력하고 있으며, 우리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찬성과 반대ㆍ유보가 반반 수준으로 나뉘었다.
민노당 의원 9명은 모두 반대 입장이다. 농촌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적을 불문하고 반대 기류가 강했다.
국회 관계자는 “한나라당(127석) 의원 대다수가 찬성하는 기류이기 때문에 우리당(108석) 의원 절반 가량이 반대해도 비준안 통과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반대 여론이 거세 경우 비준안 처리가 어려워지는 최악의 결과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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