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오너 일가가 경영권 승계작업을 진행하면서 엊그제 1차로 3,500억원 규모의 증여세를 낸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정재은 명예회장이 지난해 9월 두 자녀에게 그룹 지주회사인 신세계 지분 7.82%를 증여한 것에 대해 자진신고 세율 45%를 적용해 현물로 납부한 주식의 가치가 그 만큼이다.
앞으로 이명희 회장의 지분 15.33%도 지난해 5월 약속대로 투명하게 증여 또는 상속하면 모두 1조원 안팎의 세금을 승계비용으로 물게 되는 셈이다.
신세계의 이번 상속세만 역대 최고 기록인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자 유가족이 낸 1,830억원의 2배에 달하니 충분히 눈길을 끌 만하다.
혹자는 참여연대가 제기한 '광주신세계 유상증자를 통한 편법승계' 의혹을 차단하려고 선수를 쳤다는 등의 정치적 해석을 하지만, "그룹의 윤리경영 정신에 따라 떳떳하게 승계한다"는 오너 일가의 뜻을 곡해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법과 규정에 따른 당연한 행위가 '선행'처럼 부각되는 세태를 꼬집을 수도 있으나, 새 규범을 세우는 데 일조한 신세계의 선례는 옳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
오히려 문제는 신세계의 상식적 결정을 떨떠름하게 보는 시선이 재계에 아직 많다는 점이다. 편법상속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는 삼성과 현대차 등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과도한 상속세의 폐혜와 개선요구를 공론화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이유에서다.
참으로 시대착오적이고 소아병적인 생각이다. 하나의 기업을 일구는 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사회의 지원이 있었는가를 한번만 되돌아봐도 그런 탐욕을 부릴 수 없다.
세계 1, 2위 부호이자 '책임있는 부자'라는 단체를 이끄는 미국의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부시 행정부가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자식들로 올림픽 팀을 만들겠다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그들이 400억~500억 달러에 이르는 재산을 대부분 자선재단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익히 아는 바다. 핏줄에게 기업을 상속한다는 그릇된 사고에선 올바른 경영이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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