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글ㆍ그림, 김경연 옮김/풀빛 발행ㆍ32쪽ㆍ9,500원
‘네 멋대로 살아라’ 라고 말할 수 없는 게 부모다. 어르고 달래는 것도 한계에 달하면 화도 내보고 회초리를 들어도 보지만 아이는 천진한 얼굴로 ‘제 멋대로’를 반복한다. 그런데 잠깐, 마냥 아이만 야단칠 게 아니다. 엉뚱하고 맹랑한 아이들에게 제대로 먹힐만한 똑똑한 동화책을 이용해보자.
<여왕 기젤라> 는 단둘이 떠난 여행에서 아빠가 딸에게 7일 밤 동안 들려주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기젤라라는 소녀가 혼자 세게 여행을 떠났다가 배가 난파 당한다. 가까스로 섬에 닿은 기젤라 앞에 사람 말을 하는 미어캣들이 나타나는데… . 여왕>
기젤라의 말이라면 뭐든 고분고분 따르는 미어캣들은 집이 필요하다고 하면 뚝딱 집을 세우고, 심심하다고 하면 춤도 추고 노래도 불러주고, 배가 고프다고 하면 음식도 만들어 준다. 기젤라는 점점 더 건방져지고 많은 것을 요구한다. 심지어 자신을 ‘여왕 폐하’라고 부르게 하고 화려한 대관식을 요구하고 미어캣 가죽으로 만든 비키니를 대령하라는 명령까지 한다.
마침내 미어캣들은 회의를 한다. “대체 여왕이 있어서 좋은 게 뭐지?” 착한 미어캣들은 처음으로 작고 뾰족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다. 끝없는 욕심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뻔한 법. 대관식 날, 미어캣들은 뗏목에 기젤라를 태워 비탈 밑으로 밀어버리고 노래를 부른다.
“가거라 가거라 여왕이여/ 이제 떠나라 어딘가 다른 곳으로/ 우리를 절대 괴롭히지 못할 곳으로/ 영원히 저주를 받으리/ 영원히 바다를 떠돌게 되리!”
이야기를 다 들은 아이는 한밤중에 잠이 깨어 바다를 본다. 기젤라는 아직도 바다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지 모른다. 욕심을 부린 대가로 저주를 받은 기젤라. 욕심많고 이기적인 요즘 아이들에게 기젤라 이야기는 뜨끔할 수도 있겠다. 어쩌면 여왕 기젤라 이야기는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얘기가 아닐까.
“오늘은 이만 끝.” 아쉬움을 남긴 채 내일 밤을 기약하는 이야기 전개 방식대로 하루 만에 다 읽어주지 말고 일주일을 잡아서 천천히 읽어주는 게 좋겠다.
아이가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 수 있도록. 아마 책을 덮을 때 쯤이면 아이는 “욕심을 부리니까 그렇지” “미어캣한테 고맙다고 했어야지” 등의 이야기를 스스로 하지 않을까. 엄마 아빠는 그저 “그렇지” 맞장구만 쳐주면 되니 이 얼마나 고마운가.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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