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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무는 교통사고…魔의 미시령 관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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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무는 교통사고…魔의 미시령 관통로

입력
2007.03.3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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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제와 속초를 잇는 미시령 관통도로가 ‘마(魔)의 도로’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개통된 지 1년도 안돼 특정 지점에서 17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모두 3명이 죽고 120여명이 다쳤다.

22일 오후 3시30분께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미시령터널 하행선 출구(속초방향) 1.5㎞ 지점에서 경기 연천군청 소속 버스가 정차해 있던 그랜저 승용차와 화물트럭을 잇따라 추돌해 3명이 숨지고 1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시령 관통도로 요금정산소 앞에서 관광버스가 요금정산을 위해 정차중인 관광버스를 추돌하는 사고가 2건 연속 일어나 버스 승객 45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해당 구간 개통이후 현재까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구간은 급경사를 이뤄 대부분 과속을 일삼는 데다 브레이크를 장시간 사용할 때 압력의 전달작용이 불가능해지는 베이퍼 록(Vaper Lock) 현상이 겹치면서 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미시령 터널(3.6㎞)에서 요금소까지 미시령 관통로 하행길(6.6㎞)은 경사도 9%의 내리막길이고, 심하게 휘어진 데다 간간이 차가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거세게 몰아쳐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경사도를 잘 느끼지 못하는 터널구간에서 시속 120㎞ 이상의 속도를 내다 터널 밖 내리막길에서 급브레이크를 밟기 일쑤다. 특히 초행자들은 무인속도측정기 설치지점을 지나 다시 과속하다 요금소 전방 200m 커브길에 정차해 있는 차량을 뒤늦게 발견, 추돌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실제 경찰은 미시령터널에서 속초방향 300m지점에 이동식 속도측정기를 설치, 27일 하룻동안 해당 구간에서 155대의 위반차량을 적발하기도 했다.

속초시 주민들도 사고를 피해가지 못했다. 도로개통에 맞춰 지난해 6월26일 주민화합잔치를 열려던 주민들은 직전에 주민 1명이 도로 앞 교차로에서 교통사고로 숨지자 잔치를 ‘교통 무사고 기원제’로 바꿔 안녕을 기원했다.

도로의 구조적인 모순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민들은 “급경사를 완화하든지 커브를 없애야 했다”면서 “지난해 12월16일 폭설로 2시간 동안 교통이 통제되는 등 관통도로의 의미가 퇴색하고 사고도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속초경실련도 “터널 연결도로에 대한 안전점검 실시를 요구했으나 강원도가 묵살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경실련 관계자는 “터널 입구 연결도로가 급경사인데다 인제 방면 고갯길 경사면에 식재된 녹생토(절개지 보강용으로 쓰이는 녹색의 흙)가 떨어져 나가는 등 사고위험이 높아 장마철에 앞서 안전점검 실시가 시급하다”면서 조속한 안전진단 실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도로관리사업소와 강원지방경찰청은 “요금정산소 부근에 긴급구난시설을 보강하고 도로에 횡으로 홈(그루밍)을 파기로 했다”면서 “‘교통사고지점’ ‘저단기어 사용’ ‘브레이크 파열’ 등 3가지 대형 표지판을 추가설치해 운전자의 경각심도 높이겠다”고 밝혔다.

미시령터널 구간은 미시령 옛길이 급경사 구간이 반복되면서 대형 사고가 빈발하고, 상습지정체, 교통두절 등이 발생하자 2001년 착공에 들어가 연결도로 12㎞ 포함, 모두 2,684억원을 들여 지난해 5월3일 개통했다.

고성=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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