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3번째 메달 획득에는 이상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제12회 국제수영연맹(FINA) 호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 중인 ‘마린보이’ 박태환(18ㆍ경기고)이 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박태환은 31일(한국시간) 오전 11시20분 호주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지는 자유형 1,500m 예선에 나선다. 예선을 통과하면 1일 오후 6시40분 결선(KBS2 TV 생중계)에 출전한다. ‘수영의 마라톤’이라 불리는 1,500m는 자유형 중에서도 가장 메달 가능성이 높은 박태환의 주종목.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종전 기록을 무려 5초24 앞당긴 아시아신기록(14분55초03)으로 금메달을 차지하기도 했다.
때마침 이 종목 최강자 그랜트 해켓(27ㆍ호주)이 ‘꼬리’를 내렸다. 30일 FINA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틀 전 자유형 800m에서 저조한 레이스 끝에 7위에 그친 해켓은 “현재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혼란에 빠져 있다. 이틀 간 쉬었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1,500m 출전 여부는 아마 예선 직전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켓은 1,500m 예선에서 박태환과 같은 5조에 속해 4번과 5번 레인에 나란히 서 박태환을 위협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해켓이 마음을 바꿔 출전한다 하더라도 박태환이 넘지 못할 산은 아니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자유형 1,500m 세계신기록(14분34초56) 보유자이자 이 종목에서 세계선수권 4연패를 이룬 해켓이지만 지난해부터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급격한 쇠퇴의 기미를 보였다. 해켓은 지난 25일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에 그치며 부진의 기미를 보이더니 800m에서는 급기야 7위로 무너졌다. 해켓이 출전 자체를 고민할 만큼 컨디션 난조에 빠짐에 따라 박태환의 금메달 가능성은 한층 밝아진 것이다.
물론 안심할 수는 없다. 1,500m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는 해켓 뿐만 아니다. 유리 프릴루코프(23ㆍ러시아), 마테우츠 사브리모비츠(20ㆍ폴란드)는 지난해 이후 이 종목 랭킹 1, 2위로 오히려 해켓을 앞질렀다. 특히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에 뒤진 4위에 머문 프릴루코프는 1,500m에서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해켓을 ‘KO’시킨 박태환의 대회 2관왕을 향한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어 결과가 기대된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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