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핑커 지음ㆍ김한영 옮김 / 소소 발행ㆍ962쪽ㆍ4만원
국내에 세 번째로 소개되는 스티븐 핑커의 책이다. 하버드대에 재직 중인 저자는 언어학, 인지심리학 분야에서 명성이 높다. 언어학자로서 그는 인간의 선천적 언어 습득 능력을 중시한 촘스키의 이론을 발전시켜 ‘언어 기관’과 ‘문법 유전자’의 존재를 주장한다.
심리학자로서는 학습, 경험보다 생래적 본성이 마음과 행동을 결정한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새로운 사회발전론을 모색한다. 각각의 논의를 대중적으로 풀어낸 책이 앞서 번역된 <언어 본능> 과 <빈 서판> 이다. 빈> 언어>
원서의 출간 시기를 따져보면 이번 책은 두 전작 사이에 위치한다. 순서뿐 아니라 다루는 주제와 분석 범위에서도 신간은 <언어 본능> 과 <빈 서판> 의 가교 역할을 한다. 언어 <마음> <행동으로 봐도 무방할 테니 말이다. 제목대로 마음의 작동 원리를 분석하면서 저자는 ‘역설계’라는 방법을 동원한다.< p>행동으로> 마음> 빈> 언어>
기계가 특정한 일을 하도록 꾸미는 것이 설계라면, 역설계는 기계가 어떤 일을 하게 만들어졌나 거꾸로 따져보는 것이다. 이는 사람의 마음이 일정한 목적과 기능을 위해 현재의 구조를 갖게 됐다는 관점, 즉 진화심리학을 바탕에 둔 방법론이다.
저자는 “마음은 뇌의 활동이며 여러 모듈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마음 활동을 단순히 모듈의 연쇄로 여길 경우 연결 고리를 찾기 힘들다.
철수가 할머니를 뵈러 버스를 탔다고 가정할 때 ‘할머니를 방문하려 한 것’과 ‘그 버스가 목적지에 간다는 걸 안 것’ 사이엔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다. 실제론 앞의 마음이 뒤엣것을 불러냈는데 말이다. 이런 역설을 해결하려 저자는 ‘계산주의 마음 이론’을 끌어들인다.
이에 따르면 믿음과 욕구는 뇌의 뉴런 상태로 존재하면서 감각기관에 자극이 가해질 때 연쇄적 충돌과 재배치를 일으킨다. 이로써 마음의 모듈 전체는 인과의 끈으로 묶이게 된다는 것. 마음을 추상적 현상으로 보는 통념과 정반대다.
다소 딱딱하던 논의는 중반 이후 한결 흥미로워진다. 사물을 2차원으로밖에 파악하지 못하는 눈을 갖고도 우리는 어떻게 3차원 세계에서 불편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마음이 2차원 영상을 입체 영상으로 변환하는 어려운 일을 척척 해내고 있기 때문이란다.
사람이 느끼는 역겨움은 그저 심미적 작용이 아니라 유독한 음식을 피하려는 잡식성 동물의 적응 특성이라는 내용도 나온다. 이처럼 저자는 유물주의와 진화론의 터 위에 단단히 발붙이고 감정, 욕구 등의 연유를 탐색한다. 일방통행적 설명이 다소 지나치다 여기는 독자일지라도 마음이라는 난해한 주제를 쉬운 언어로 다루는 저자의 능력에는 탄복할 듯싶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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