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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민 설득 없는 참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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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민 설득 없는 참여정부

입력
2007.03.2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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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정홍보처가 개헌의 정당성을 알리는 홍보물 85만부를 제작, 배포하여 물의를 일으켰다. 방법이나 의도에 잘못이 있을 수 있겠으나 더 큰 문제는 시기이다.

즉 정부가 개헌의 정당성을 알리는 작업을 대통령의 개헌 발표 이전에 하였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들에게 개헌의 내용과 정당성을 시간을 두고 알리고 설득하였다면 국민들의 반응에 따라 개헌안이 탄력을 받았거나 자연 소멸되었을 것이다.

● 일 먼저 벌이고 사후 홍보만

하지만 이 정부는 자신들의 도덕적 우월감과 시대적 사명에 대한 자부심 때문에 거의 매번 어떤 사안을 발표한 후에 열심히 홍보작업에 나선다. 사전 설득보다는 사후 홍보에 치중하기 때문에 홍보공화국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홍보에 온 힘을 쏟고 있지만 오히려 반발만 사고 있다. 국정홍보처 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부동산 보유세도 마찬가지다. 부자는 세금을 많이 내야 하며 재산이 증가하면 그에 따라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하게 보일지라도 열심히 사전 설득을 해야만 한다. 일반 국민은 좀처럼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는 법이며 특히 사유재산에 관해서는 날카롭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자신들의 정당성을 앞세워 세금이 부담되면 집을 팔라는 식의 발언까지 하였다. 그 말이 옳을지 몰라도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한다. 세금폭탄이라는 엄포가 아니라 꾸준한 사전 홍보가 필요했던 게 아닐까. 즉 이 정부는 사전 설득보다 사후 홍보를 택함으로써 국민의 원성을 사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옛날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주자(朱子)는 미신을 조장하는 사당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남헌(南軒)이 그런 부류의 사당을 철폐한 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남헌이 사당을 철거한 일은 절차 상 미흡했다. 반드시 백성들로 하여금 귀신이 없음을 알고 믿게 해서, 의혹을 완전히 없앤 상태에서 허물어야 옳았다.

그렇지 않고, 만일 백성들이 주로 귀신에 의지하여 있는 상태에서 사당을 철거하게 되면 도리어 백성의 믿음을 원망으로 향하게 만들 따름이다." 박성규의 <주자철학의 귀신론> 에 나오는 구절인데 지금도 그대로 해당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안보 불안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진보와 보수의 갈등을 심화시켰고, 한미 FTA도 국내 관련 계층의 의구심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기에 사회 전체가 시끄러운 것이다. 주자의 주장처럼 아무리 정책이 옳아도 절차가 미흡한 것이라면 잘못된 것이다. 그 결과는 주자의 말대로 원망뿐이다.

일기 예보에서 내일은 기압골의 영향으로 비가 온다고 했다. 정말로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린 다음 날 어제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비가 왔다고 말했다. 비가 내린 이유는 기압골의 영향 때문이었는데 비가 오기 전에 하면 예측이고 비가 온 후에 하면 설명이 된다. 일기 예보의 경우 사후 설명은 효용가치가 별로 없다.

사전 예측이 필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홍보도 사건 전에 해야 실효가 있지 사건 후에 하면 구차한 변명이나 터무니없는 강변으로 들리기 십상이다.

● 변명과 강변으로 비난 자초

이 정부는 언론과 전쟁을 치렀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승리하지 못했다. 사건 전에 온 힘을 다해 설득하고 회유했어야 했는데 사건 뒤에 설명 하면서 분노를 감추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을 같은 편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후약방문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사후약방문도 한두 번이지 반복되면 무능한 의원이 되고 만다. 그리고 무능한 의원으로 인식되면 아무리 사후약방문을 들고 소리 높여 외쳐도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탁석산 /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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