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시에서 열린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주최 ‘프리뷰 인 상하이(Preview In Shanghaiㆍ이하 PIS)’의 기자회견장. 한 중국기자가 던진 질문 한마디가 이 전시회의 한계 혹은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
“전시회에 참가한 46개 패션업체들의 한국내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한국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들의 옷이 굉장히 패셔너블한 데 그런 옷들은 어디 있나?”
주최측이 “한국 최고 내셔널 브랜드들이 다수 포함돼있다”는 상투적인 모범답안을 외고 있을 즈음, 몇몇 패션관계자들의 입에서는 “끌끌” 혀 차는 소리가 나왔다.
한국 패션의 창의성을 대표하는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는 물론 제일모직이나 코오롱, LG패션 등 간판급 대기업들의 참가가 전무한 상태에서 마치 한국의 유수 브랜드가 망라됐다는 듯이 발표하는 것이 무색하기도 했거니와, 오히려 이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홍보가 한국 패션의 수준을 한참 밑 보이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PIS는 한국 섬유패션업체의 중국 시장 공략을 돕는다는 취지아래 2003년부터 시작, 횟수로 5회째 치러졌다. 그러나 첫 전시부터 지적된 모호한 정체성과 비조직적인 전시행정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우선 한국 섬유패션산업의 다양한 면모를 과시하기에는 참가 업체들의 다양성이 절대 부족하다. 섬유소재업체 84개사 포함 130개사가 360개 부스를 열었지만 고만고만한 중소기업의 중저가 브랜드 위주로 선보이는 데 그쳤다.
본격적인 비즈니스 전문 전시회로 자리매김한다는 포부 아래 앙드레김 대신 ‘한글패션’으로 주가를 높인 이상봉씨를 개막 패션쇼 디자이너로 초청하고 3개 백화점에서 ‘한국 패션브랜드 기획판매전’을 개최했지만 준비 부족을 숨길 수는 없었다.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되면서 한 백화점에서는 건물 앞 보도블록에 텐트를 치고 판매해야 했으며 또 다른 백화점에서는 출입문 코앞에 옹색하게 기획판매장을 설치, 한 나라의 패션문화와 상품력을 보여주는 행사치고는 민망한 수준이었다.
PIS는 한국 섬유패션산업 육성을 위해 산업자원부가 매년 11억~13억원에 달하는 나라 돈을 지원하는 행사다. 단일 국가가 중국에서 벌써 5년째 지속적으로 섬유패션전시회를 갖는 것은 PIS가 유일무이하다. 일본이나 대만의 관련업계가 부러워할 만 한 상황이다.
그러나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운영의 묘가 따르지 않으면 ‘요란한 빈수레’에 불과하다. 상하이에서 만난 한 패션컨설팅 전문가는 “목적에 충실한 행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시장 공략이 목표라면 그에 걸맞게 유력 백화점의 총경리급 고위인사들과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참가업체을 위해 수준별 복종별 분야별로 차별화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며, 지속적인 비즈니스와 한국 패션문화 홍보를 위해 중국 현지에 전담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것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비즈니스 차원의 이점이 부각되면 참가업체는 자연히 늘게 돼있다.
다행히 PIS는 올해 몇몇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했다. 비록 한 패션업체가 주도한 바이어 리셉션에 숟가락만 얹은 형태이긴 했지만, 장황한 전시성 의전 대신 참가업체와 바이어들이 마주 앉아 공통의 관심사를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의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홍보가 쉽지 않은 섬유업체들을 위해 트레이드쇼를 확대한 것도 눈에 띈다. 이들 시도가 실질적인 비즈니스의 장으로 재탄생하는 신호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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