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의 불사조’ 박철순, ‘피겨 요정’ 김연아. 이들은 중요한 시기에 척추질환으로 고생을 한, 또는 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시민선수들도 척추질환으로 생업의 마운드를 떠나는 일이 허다하다.
운동선수들이야 무리한 운동과 부상이 주원인인 만큼 수술이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시민선수들에 있어서는 양상이 자못 다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보면 척추수술은 2002년 4만여 건에서 2004년 6만7,000건으로 2년 만에 50% 이상 증가했다. 2002년부터 2005년 9월까지 수술한 것만 22만 건이 넘으니 많기도 하다.
한국인은 허리가 취약한 유전자라도 갖고 태어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직 그런 유전자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수술이 필요치 않은데 무조건 수술을 강행하는 몇몇 전문병원들의 행태가 척추수술 건수의 비약을 가져왔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서 희망적인 소식 한 가지. 가벼운 통증은 수술이 필요 없으며, 스트레칭과 자세 교정으로 예방도 가능하다. 돈 안 들고 병을 호전시킬 수 있다고 하니 사이비를 의심하겠지만 ‘밑져야 본전’ 시도해 볼 일이다.
▦ 허릿병도 습관…세 살 버릇 여든 간다
청소년기 잘못된 자세와 습관은 성인이 된 후 척추질환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잘못된 자세로 컴퓨터나 책상 앞에 오래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우리 아이들의 척추는 혹사당한다.
척추는 서 있을 때를 기준(100)으로 할 때 똑바로 앉으면 140, 구부정하게 앉으면 180 정도의 무게를 받는다. 특히 다리를 꼬거나 등을 구부정하게 앉으면 특정 부위에 더 큰 무게가 집중된다.
정신 건강을 위해 자녀의 컴퓨터 사용을 제한하는 가정이 많은데 육체 건강을 위해 자세 교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PC방에 가보면 고개를 모니터 앞으로 쭉 뺀 거북이 목을 한 채 등을 잔뜩 움츠린 청소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자세는 C자로 구부러진 정상적인 목뼈를 반듯하게 펴지게 해 목 주변 근육을 긴장시킨다. 1차적으로 어깨와 등이 자주 뻐근하다던가 목이 뒤로 잘 젖혀지지 않게 될뿐더러 방치하면 목 디스크나 목뼈의 퇴행을 초래한다.
▦ 직장인 달콤한 낮잠에 척추 '휘청'
책상에 오랫동안 앉아있는 것은 청소년만이 아니다. 직장인들도 매일 업무 시간 동안 척추를 힘들게 한다. 오전 근무에 지친 몸을 점심시간 선잠으로라도 때우는 직장인들이 많은데 이 또한 올바른 자세가 필요하다. 스포츠나 낮잠이나 ‘폼’이 중요하다.
직장에서 구부정하게 엎드려 낮잠을 즐기다 보면 등이 심하게 구부러진 상태로 방치돼 엉덩이에서 가까운 부분의 디스크에 높은 압력이 가해진다. 주변 인대마저 약해져 있으면 디스크가 밖으로 밀려나와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한다.
책상 앞에는 앉아 있어야 하는데 눈꺼풀이 천근만근일 때는 의자를 이용하자. 깊숙히 앉아 등받이가 직각에서 뒤로 10도 정도 되도록 눕혀 자연스럽게 벽에 기댄 것 같은 자세를 취한다. 머리를 기댈 수 있도록 목을 뒤에서 받쳐주는 의자가 좋겠고, 등이 의자에서 떨어진다면 등 뒤에 쿠션을 받쳐도 좋다.
▦ 평소 의자에 앉을 때 올바른 자세는
앞에서 볼 때 몸의 중심이 직선이고, 좌우가 대칭을 이뤄야 한다.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바짝 붙이고, 허리를 똑바로 편다. 등받이를 뒤로 10도 이상 넘어가지 않도록 하고 등받이에 몸을 밀착시켜 체중을 의자에 싣는다.
이때 귓구멍에서 내려그은 수직선이 어깨, 몸통, 골반의 중심을 통과하는 것으로 올바른 자세를 판단할 수 있다. 무릎은 골반보다 약간 높아야 허리를 펴는데 도움이 된다. 의자가 너무 높을 때는 바닥에 받침을 놓아 무릎을 높인다.
▦ 이런 척추질환도 조심조심
척추질환은 잘못된 자세 때문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자세가 잘못된 경우 어릴 때부터 고쳐주면 되지만 비만이나 반복된 충격 때문에 생긴 통증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숙련된 신사복 재단사 중에는 손님의 허리 통증을 귀신같이 알아맞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의사도 아닌데 어찌 알까. 답은 간단하다. 배가 나오면 허리의 곡선이 지나치게 휘어지고 엉덩이는 뒤로 돌출하는 형태를 보인다. ‘척추전만증’ 이다. 단순히 척추가 휘어져서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디스크가 탈출하거나 뼈가 젊은 나이에 퇴행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과격한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척추분리증’ 위험이 크다.
말 그대로 척추 뼈를 잇는 고리가 분리된 것으로 충격이 쌓이면서 나타난다. 흔히 허리와 엉덩이 부분에 통증이 나타나는데 청소년기에는 허리 근육과 인대가 튼튼해 통증을 느끼지 못하다가 성인이 된 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방치하면 분리된 척추 뼈가 앞으로 미끄러지는 ‘척추전방전위椒?막?발전해 허리뿐만 아니라 다리에도 통증을 일으킨다.
도움말ㆍ 자생한방병원 김학재 원장, 고도일신경외과 고도일 원장, 에스병원 이승철 원장
▦ 일상에서 챙기는 척추 튼튼 스트레칭
▲ 책상에서
바르게 앉은 자세에서 어깨를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씩 번갈아 돌린다. 어깨 근육의 긴장을 풀고 척추 배열을 바르게 한다.
▲ 마루에서
편안하게 가부좌 자세로 바닥에 앉아 깍지 낀 두 손바닥을 등 뒤 바닥에 대고 가슴을 내민다. 척추 주변 근육을 이완시키고, 쌓인 피로를 풀어준다.
▲ 잠자리에서
자기 전 두 손과 무릎으로 엎드린 후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듯 등을 둥글게 만다. 척추의 곡선을 살려주는 효과가 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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